
잉글랜드 리버풀 FC의 프리미어리그 우승 퍼레이드 현장에서 차량을 몰고 군중을 향해 돌진해 130명 이상을 다치게 한 남성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리버풀 크라운 법원은 지난 5월 리버풀 우승 퍼레이드 도중 차량을 ‘무기’처럼 사용해 시민들을 향해 돌진한 폴 도일(54)에게 징역 21년 6개월을 최근 선고했다. 앤드루 메너리 판사는 “피고의 행위는 공포와 패닉을 만들어냈으며, 인간 생명에 대한 무시는 보통의 이해를 벗어난다”고 판시했다.
전직 영국 해병대원 출신인 도일은 지난 5월 26일 오후 6시 직전 리버풀 도심 워터 스트리트에서 퍼레이드를 마치고 귀가하던 팬들을 향해 포드 갤럭시 차량을 몰고 돌진했다. 법원은 도일이 “분노에 완전히 사로잡힌 상태에서 의도적으로 군중을 향해 가속했다”고 판단했다. 도일은 중상해 고의 가해, 난폭운전, 폭력행위 등 총 31개 혐의를 인정했다. 피해자는 생후 6개월 영아부터 77세 여성까지 포함됐다.

법정에 제출된 차량 블랙박스와 CCTV 영상에는 도일이 통제된 도로를 따라 속도를 높이며 군중을 향해 반복적으로 돌진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일부 피해자들은 차량 보닛 위로 튕겨 오르거나 차체 아래로 끌려 들어갔다. 도일은 “비켜라(move)”라고 외치며 욕설을 퍼부었고, 10세 소녀를 들이받은 뒤에도 차량을 멈추지 않았다. 메너리 판사는 “피고는 사람들을 정면으로 들이받고, 보닛 위로 날려 보내고, 사지를 밟고 유모차를 짓눌렀다”며 “앞뒤로 반복 가속하며 여러 명을 차량 아래에 가둔 채 계속 움직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불과 2분 사이 100명이 넘는 사람을 덮친, 설명할 수 없는 순수한 분노의 폭발이었다”고 지적했다.
도일의 난동은 한 시민이 움직이는 차량 안으로 뛰어들어 자동변속기를 주차(P) 모드로 고정하면서 멈췄다. 법원은 이 남성이 더 큰 참사를 막았다고 판단했다. 사건 직후 경찰 밴 안에서 촬영된 바디캠 영상에는 도일이 “이제 내 인생은 끝났다”고 중얼거리는 모습도 담겼다.
피해자들의 증언은 법정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피해자 셰리 올드리지(37)는 “차에 치여 유모차가 공중으로 날아가는 순간, 아기 테디가 죽은 줄 알았다”며 “다음은 내가 죽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엄마 없이 자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차량에 치인 12세 소년은 “갑자기 보이지도 않던 차에 맞아 바닥에 쓰러졌고, 인생에서 가장 무서운 순간이었다”고 증언했다. 도일은 경찰 조사에서 “칼을 든 사람이 보였고 공격당할까 봐 공포에 몰려 운전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CCTV와 목격자 조사 결과 “칼을 든 사람은 없었다”고 결론 내렸다. 차량 결함이나 음주·약물 복용 정황도 발견되지 않았다.
IT 네트워크 엔지니어인 도일은 지난달 재판 이틀째에야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훨씬 일찍 죄를 인정할 수 있었음에도 그렇지 않았다”며 형량에 이를 반영했다고 밝혔다. 도일은 18~22세 사이 폭력 전과가 있었으나 이후 30년간 범죄 없이 지내왔다. 1994년에는 싸움 도중 상대의 귀를 물어뜯어 중상해를 입힌 혐의로 12개월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재판이 끝난 뒤 메너리 판사는 도일의 차량을 멈춘 시민 대니얼 바에게 공식 표창을 전했다. 판사는 “다수가 자신의 안전을 걱정하던 순간, 그는 위험을 향해 달려가 움직이는 차량에 올라타 이를 멈췄다”며 “추가 피해를 막았고 생명을 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검찰청(CPS) 머지사이드-체셔 지부 제임스 앨리슨 검사는 “이 사건의 본질은 단순하다. 그는 분노에 빠졌고, 그 몇 분이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파괴했다”고 말했다. 머지사이드 경찰의 존 피츠제럴드 수사총경은 “수많은 어린이가 있던 현장에서의 인명 경시는 이해를 초월한다”며 “사망자가 없었던 것은 순전히 운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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