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세계적인 춤꾼 안은미의 신작 '동방미래특급'이 유럽 초연 투어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총 7회의 공연은 티켓 오픈 전부터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현지 관객과 기관의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이 작품은 지난 15~16일 베를리너 페스트슈필레(Berliner Festspiele)에서 유럽 첫 무대를 연 데 이어, 21~24일 파리 시립극장(Théâtre de la Ville – Paris)에서 총 5회 공연을 선보였다.
베를리너 페스트슈필레 퍼포밍아트 시즌 총괄 디렉터 하시모토 유스케(Hashimoto Yusuke)는 “서구가 투사해온 ‘동양/아시아’ 이미지를 이번에는 아시아의 주체적 시각으로 재전유하며 뒤흔드는 야심찬 시도였다”며 “대담함·유머·클리셰의 전복이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동방미래특급'은 2025년 세종문화회관 세계 초연을 시작으로, 베를리너 페스트슈필레(독일), 파리 시립극장(프랑스), 룩셈부르크 시립극장(룩셈부르크), 오를레앙국립극장(프랑스) 등 유럽 주요 공공극장이 공동제작에 참여한 작품이다.
더불어 2026년 50주년을 맞는 시드니 페스티벌(Sydney Festival)이 새롭게 공동제작으로 합류하면서 작품의 글로벌 확장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동방미래특급'은 2026년 3월까지 독일·프랑스·호주·노르웨이·룩셈부르크 등 15개 도시에서 총 31회의 장기 투어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동방미래특급'은 안은미가 2019년부터 6년간 수행한 아시아 리서치의 총체적 결과물이다. 그는 인도네시아·베트남·말레이시아·일본 등 15개 이상의 아시아 도시를 직접 이동하며, 동시대 아시아 사회와 청년 세대의 감각을 면밀히 수집했다.
이 과정은 아시아 2000년대생 무용수들과 협업한 '드래곤즈'(2021), 인도네시아 무용수들과 제작한 '잘란잘란'(2022), 아시아 신진 안무가들과의 교류 프로젝트 '웰컴 투 유어 코리아'(2023) 등으로 확장되었고, 이번 신작은 이러한 경험을 하나의 무용적 논문처럼 집약한 프로젝트로 평가된다.
안은미는 이번 작품에서 ‘인터아시아(Inter-Asia)’ 관점을 핵심 축으로 삼았다. 그는 서구의 오리엔탈리즘뿐 아니라, 아시아 내부에서도 서로를 타자화·신비화하는 복합적 구조가 존재함을 발견했고, 이를 무대 언어로 해석했다.
안은미는 “미래는 단일한 화법이 아닌 다성적 구조여야 한다”며 “‘동방’이라는 개념을 단순히 비판하거나 부정하기보다, 그 안에 응축된 역사적 층위를 인식하고 새로운 미래의 언어를 탐색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안은미는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2011), '사심 없는 땐쓰'(2012), '아저씨를 위한 무책임한 땐쓰'(2013) 등으로 한국의 정서와 동시대 이야기를 무대 위에 담아내며 국내외 무용계에서 독보적 입지를 구축해왔다. '드래곤즈'는 그녀의 독창적인 시각과 팬데믹 시대를 넘어선 도전을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안은미는 지금까지 28개국에서 공연하며, 유럽, 아시아, 북미, 남미, 오세아니아의 관객들과 소통해왔다. 이번 투어는 안은미가 세계적 예술의 중심에서 아시아의 이야기를 새로운 형식으로 풀어내는 과정을 보여주는 중요한 순간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