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군 마운드에서 팬들과 작별하고 싶다는 ‘끝판대장’ 오승환 “이왕이면 550세이브가 낫지 않을까요”

2025-08-07

현역 은퇴를 선언한 삼성 레전드 마무리 오승환(43)의 야구는 끝나지 않았다. 남은 시즌 1군 마운드에 오르고 싶다는 욕심을 밝혔다.

오승환은 7일 인천 송도 오라카이 송도파크 호텔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아직 공을 완전히 놓은 것은 아니다”는 말로 남은 시즌 1군 무대에 한 번 서고 싶다는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은퇴 수순을 밟게 되지만, 1군 마운드에서 팬들과 마지막 인사를 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오승환은 향후 별도의 엔트리 등록 없이 1군 선수단과 동행하기로 한 상태다. 오승환은 재기를 노린 올해 2군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고, 결국 구위 회복이 더뎌지자 시즌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은퇴 뜻을 밝혔다. 지난달 8일 NC전에서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는 동안 2안타(1삼진) 2실점한 게 마지막 1군 등판 기록으로 남아 있다.

오승환은 “(은퇴 선언을 했지만)공을 아예 놓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지난 주까지만 해도 퓨처스리그에서 공을 던졌다. 지금은 부상도 없고 몸상태도 좋다. 기회가 되면 한 경기라도 나갈 수 있도록, 팀이 지고 있는 상황이라도 던질 수 있게 마지막까지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한·미·일 통산 549세이브를 올린 그는 “이왕이면 550세이브가 낫지 않나”며 웃었다.

마지막 등판 기회가 주어졌을 때 첫 공을 어떤 공으로 던지고 싶냐는 물음에는 “그걸 말하니까 타자가 치더라. 작년부터 난타를 많이 당해서 그건 비밀로 하겠다. (KBO리그에 복귀하며)‘첫 공은 직구’라고 말했더니 첫 타자한테 2루타를 맞았다”고 말해 좌중을 웃겼다.

오승환은 시즌 중 은퇴를 선언한 것에 대해 “갑작스러운 은퇴는 아니다. 당장 은퇴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시즌을 치르면서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지만 몸이 따르지 않았다. 100% 퍼포먼스를 낼 수 없다고 판단이 되면서 은퇴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가족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면서는 아들을 항상 응원했던 어머니가 지난 3월에 돌아가시면서 생긴 빈자리도 은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털어놨다.

오승환은 지난 주말 구장 사무실에서 유정근 라이온즈 구단주 겸 대표이사와 면담을 갖고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삼성은 6일 오승환의 은퇴를 공식 발표했다.

오승환은 KBO리그 역사상 최고의 마무리다. 오승환은 2005년 2차 1라운드(5순위) 지명을 통해 삼성 유니폼을 입었고, 2006·2011년에 각각 47세이브를 올리는 등 4차례 세이브왕에 오르며 통산 737경기에서 427세이브(44승33패 19홀드 평균자책 2.32)를 따냈다. 마무리에 관련한 기록 대부분이 오승환에 의해 새로 쓰여졌다. 일본 프로야구와 미국 메이저리그 무대에서도 마무리로 활약했다.

곧바로 인천 SSG전-이 열리지만 이종열 삼성 단장을 비롯해 강민호, 구자욱, 김재윤, 원태인 등 후배 선수들도 꽃다발을 전하며 오승환의 은퇴 자리에 함께 했다. 오승환은 “팀이 치열하게 순위 싸움 중인데 민폐를 끼치는게 아닌지라는 생각이 먼저 앞선다. 시즌 중에 은퇴를 발표해서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아직 실감 나지 않는다”고 했다. 삼성에 처음 지명된 2005년을 떠올린 오승환은 “프로에 처음 왔을 때는 패전 처리 투수라도 1군에서 뛰는게 목표였다. 팀에 좋은 투수가 많고, 매 순간이 경쟁이라 큰 목표를 잡고 해보지는 못한 것 같다. 그러면서 21년이 흘렀다”고 돌아봤다.

그는 이 자리에서 팬과 구단을 향한 고마움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나는 선수로서 복을 많이 받았다. 팬들에게 과분한 사랑을 받았고, 이렇게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 구단에도 감사하다. 등번호 21번이라는 숫자대로, 선수 생활을 21년 했다. ‘21’을 뜻깊게 만들어주신 구단과 팬에게도 감사하다.”

삼성은 오승환의 등번호 21번을 영구결번하기로 결정했다. 구단 역사상 22번(이만수), 10번(양준혁), 36번(이승엽)에 이어 네 번째 영구결번이다. 오승환은 “개인적으로 삼성에서 좋은 커리어를 이어왔다는게 자부심이 크다. 오승환이라는 선수가 알려진 것도 삼성이라서 가능했다. 나를 만들어준 팀”이라고 말했다.

오승환은 시즌 뒤부터 ‘마무리 투수’가 아닌 삶을 산다. 지도자 수업, 야구 예능 진출 가능성 등 그의 발걸음이 주목된다. 그는 “사실 벌써부터 야구 예능에 나오는 많은 선배, 후배들의 전화를 많이 받고 있다. 어제 은퇴 기사가 나가고 나서도 아침까지도 연락을 받았다”며 “아직 팀은 시즌 중이다. 지금 여기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기 보다 구단하고 많은 얘기를 해보력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장은 아니지만 많이 공부하고 준비가 됐을 때 지도자를 하고 싶은 생각도 들 것 같다. 많은 리그를 거치며 얻은 경험을 후배들에게 전해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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