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국가경쟁력 혁신, 대학연구소 활성화에 달려있다

2025-03-10

세계가 부러워하는 우리나라 경제발전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이공계 인력양성과 연구개발(R&D)이 중요한 요인이었다고 설명하면 대부분 수긍할 것이다.

정부는 지난 1966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설립을 통해 '과학입국'의 획기적 기회를 마련했다. 이후 기계, 화학, 생명 분야 정부출연연구소의 분화와 신설은 우리 산업 발전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국내 대학에서도 이공 분야 인력을 배출해 왔지만, 대학의 R&D가 본격화한 시기는 선도연구센터사업(S/ERC)이 시작된 1990년대 들어서다. 이제 우리 대학은 정부출연연구소, 기업과 더불어 국가연구개발비 지출의 24%를 차지하는 국가 연구개발시스템의 주요 주체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제 우리나라는 과거 빠른 경제 추격기를 지나 저성장, 저소비의 뉴노멀 시대에 접어들었다. 잠재 성장률이 1%대로 추락하면서 이를 돌파할 경제구조개혁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과학기술이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는 구조도 다시 짜야 하는 시기에 이르렀다. 정부출연연구소의 경우 과거 전자교환기(TDX), CDMA, 선박, 반도체 기술 등 국가 기간산업에 기여하는 굵직한 성과를 내왔으나 최근 들어서는 팬데믹과 온난화,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국내외 사회경제적 요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창의적 지식의 산실이어야 할 우리나라 대학 또한 정해진 연구 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하는 경제 추격 시기 연구개발시스템에 안주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융합연구와 주제 중심의 연구를 수행하는 미국의 학과 시스템을 한국 대학이 도입했지만, 대학 연구 문화는 오히려 분과학문의 벽을 넘기 어려운 형편이다.

더구나 논문의 양과 질로 측정되는 글로벌 연구경쟁력은 선진국 연구중심대학에 비해 아직도 미흡한 실정이다. 이같은 문제에 더해 학령인구 감소와 해외 인재 유출 등으로 대학 연구시스템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 대학은 우리나라 박사급 연구인력의 55%를 보유하고 있으며, 기업이나 정부출연연구소에 비해 자유롭고 창의적 연구문화 조성이 가능한 조직이다.

개인 단위로 주어지는 연구비를 모아서 연구소 조직 단위로 집중해서 지원하고, 주제 중심 융합연구를 지원하는 새로운 대학 연구개발 시스템을 짜야 한다. 전임연구원이 평균 1명 정도인 우리나라 대학연구소에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지원을 통해 대형 융복합 연구소로 거듭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는 지원정책이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올해부터 시작하는 '국가연구소(NRL2.0) 사업'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1년에 100억원씩 10년 간 1000억원을 지원하는 대학연구소를 12개 키울 계획이라고 한다.

국가연구소(NRL2.0) 사업을 통해 우리 대학 연구시스템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다. 국가연구소(NRL2.0) 사업이 지난 1960년대와 1970년대 정부출연연구소, 1980년대 기업의 연구개발 주도, 1990년대 대학 연구 활성화에 이은 국가 연구개발시스템의 새로운 주인공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권기석 한밭대 교수 kiseok@hanba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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