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의 공범이자 위험한 적, 내부자

2025-08-21

독재자는 어떻게 몰락하는가

마르첼 디르주스 지음 | 정지영 옮김

아르테 | 412쪽 | 3만원

부침이 있긴 했으나 1987년 이후 한국 사회에서 민주주의는 공기와도 같았다. 이 땅에 다시 독재정권이 발붙일 곳은 없다고 여겼다. 그러나 지난해 12·3 불법계엄으로 그 믿음은 산산조각 났다. 젊은이들은 영화에서나 봤던 일을 현실에서 겪었고, 젊은 시절 계엄의 공포에 떨었던 이들은 40여년이 흘러 다시 그 공포와 마주했다. 다시 독재에 대해 생각하게 된 지금, 이 책이 더욱 유의미하게 다가온다.

이 책은 저자의 경험으로부터 출발했다. 오랜 기간 독재자를 연구하던 저자는 세상을 보고 싶은 마음에 콩고민주공화국의 한 양조장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일하던 2013년, 종교 지도자가 대통령을 겨냥해 일으킨 쿠데타를 목격한다. 쿠데타는 실패로 끝났으나 이 같은 강렬한 경험은 책 집필로 이어졌다.

저자는 독재자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권위주의 체제의 위협에 대처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학문적 연구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독재자들의 생존 전략과 권력 유지 메커니즘 등을 분석한다. 독재자의 몰락은 독재의 속성과 맞닿아 있다. 독재자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만족시켜야 하는 사람은 소수다. 민주주의 국가에선 유권자인 국민 모두를 상대로 하는 반면, 독재체제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소수에 의해 독재자가 무너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책에 따르면 1950~2012년 권위주의적 지도자 473명이 권력을 잃었는데 이 중 65%가 정권 내부자에 의해 제거됐다. 독재자를 떠올리면 흔히 총과 칼을 앞세운 모습이 그려지지만 저자는 ‘정치권력은 총을 사용할 필요가 없는 사람에게 있다’고 짚는다. 국민에게 총을 겨눠야만 유지되는 정권은 붕괴되고 만다는 것이다.

문제는 독재자가 무너져도 그 이후를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최악의 경우 또 다른 폭력적인 충돌과 혼란을 낳기도 한다. 독재자의 몰락에 대한 고민은 곧 민주주의의 평화로운 회복에 대한 고민과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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