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21일 세상을 떠난 MBC 기자 ‘이용마’는 공영방송의 영욕이 깃든 이름이다. 2012년 이명박 정권이 ‘방송 장악 하수인’ 김재철을 MBC 사장으로 임명했을 때 노조 홍보국장이던 그는 “기껏해야 해고밖에 더 되겠냐”며 170일간 파업을 주도했다. 거리 곳곳에서 “언론이 권력 입맛에 맞춰선 안 된다”며 낙하산 인사 반대를 외쳤고 공영방송 독립을 호소했다. 강고한 원칙주의자였던 이용마는 김재철 사장에게 눈엣가시였다. 노조 홍보국장이던 그가 노조위원장에 앞서 1호 해직자가 된 까닭이다. ‘부당해고 1호 기자’로 2000일 넘게 싸우며 겪은 고행 탓이었을까. 2016년 복막암이라는 몹쓸 병이 그를 덮쳤다. 해직 5년9개월 만에 복직한 2017년 겨울 그는 병색이 짙은 모습으로 출근해 “언론이 제 역할을 다하지 않으면 사회는 올바로 나아갈 수 없다”고 했다. 복직 이후에는 ‘MBC를 국민 품으로’ 돌리기 위해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개혁에 주력했다. 방문진 이사 선임 구조를 바꾸고, 국민대리인단이 사장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 주장이다. 그가 떠난 뒤 세상은 ‘방문진법’을 ‘이용마법’이라고 불렀다.
그의 6주기인 21일 방문진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MBC 대주주인 방문진의 이사 수를 9명에서 13명으로 늘리고, 국회 교섭단체뿐 아니라 시청자위원회, 방송 직능단체와 관련 학회, 변호사단체 등 다양한 주체에게 이사 추천권을 부여한 것이 골자다. MBC 사장은 100명 이상으로 구성된 사장후보추천위원회가 후보를 추천하고 이사회가 투명한 절차를 거쳐 선출하도록 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권 입맛에 맞는 인사를 공영방송 사장에 앉히는 폐단을 끊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영방송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첫걸음을 뗀 것이다.
하지만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체제가 유지되는 한 ‘이용마법’은 절반의 개혁에 불과하다. 개정 방문진법 시행 후 3개월 안에 이사회를 새로 구성해야 하는데, 방통위가 이사회와 사장추천위 구성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은 바꿀 수 있다”는 그의 바람이 완성되려면 이진숙 방통위 개혁이라는 마지막 고개를 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