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현의 테크와 사람] 〈88〉그래도 코딩을 배워야 하는 이유

2025-11-13

통상 '안녕, 세상!(Hello World!)'을 화면에 표시하는 명령어를 배우는 것으로 시작하는 코딩 교육은 수십년간 많은 학생들로 하여금 오히려 코딩을 포기하게 만들어 왔다. 복잡한 함수나 명령어, 예를 들어 프로그래밍 언어 중 하나인 C언어의 포인터 등 입체적 사고를 요구하는 경우는 초보자들에게 좌절감을 줬다. 그런 좌절이 몇 번만 반복되면 기계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자들은 냅다 포기하기 일쑤였다.

필자는 많은 초보자들이 코딩을 배우는 과정에서 점 하나, 빈 칸 하나를 빼먹었을 때 원하는 작동이 일어나지 않는 부분에 대해 분노하는 모습을 많이 봐 왔다. 그래서 2년 전 문과생들을 위한 인공지능(AI) 책을 출간하면서 대부분의 예제를 QR코드로 접근하게 해 일일이 예제를 보면서 타이핑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소지를 없앴다. 점 하나, 빈 칸 하나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AI의 기초 지식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훑어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QR코드를 활용하는게 낫겠다는 결론에서 시작한 방식이다. 디테일은 실습을 반복해 가면서 익혀가면 된다는 철학이 담겨 있다.

최근에는 코딩을 배울 때 겪는 어려움을 완화해주는 새로운 방식이 등장했다. 바로 '바이브 코딩'이다. 바이브 코딩은 개발자가 일상 생활에서 쓰는 자연어로 원하는 기능을 설명하면, AI가 그 내용을 반영한 소프트웨어(SW) 코드를 자동으로 생성하는 새로운 프로그래밍 방식이다. 기존에는 개발자가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하듯 세부적인 코드를 모두 작성해야 했지만, 바이브 코딩은 이용자가 AI에게 얻고 싶은 결과를 얘기하면 AI가 그 내용을 반영한 코딩을 완전히 자동으로 작성하는 것이다.

바이브 코딩은 코딩 문법의 복잡성에 매몰되기보다는 원하는 제품의 기능과 디자인을 구현하는 데 집중할 수 있어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누구나 프로그래밍 경험이 거의 없어도 SW를 개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많은 이들이 커서, 클로드, 러버블 등 다양한 바이브 코딩 SW로 몰려들게 하고 있다. 다만 필자도 바이브 코딩을 몇 번 시도해 봤지만 한 번에 원하는 결과를 얻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AI에게 왜 작동하지 않는지 다시 질문하면서 조금씩 고쳐 나가다 보면 간단한 게임이나 AI 모델 구동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바이브 코딩에도 적잖은 문제가 있다. 처음에는 쉽게 코딩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차츰 덩치가 커지고 기능이 많아지다 보면 오류 메시지와 수정 요구도 함께 늘어나게 된다. 또 AI가 작성한 코드의 가독성이 떨어지므로 복잡한 구조를 갖는 시스템이나 장기 프로젝트에는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다. 가장 심각한 우려는 보안이다. AI가 생성한 코드에 잠재적인 보안 문제가 있음에도 AI 스스로가 걸러내지 못하거나 숙련된 엔지니어가 정정해 내지 못하면 문제가 계속 악화되거나 발견되지 않은 채로 잠복하게 된다. 다행히 최근 AI는 오류를 발견해서 정정하는 기능도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기는 하다.

프로그래밍을 배울 필요가 없는 시대가 온다는 다소 성급한 주장도 있지만, 필자가 보기에 코딩을 배우는 것은 논리적 사고력을 기르는데 매우 긴요하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논리의 정합성이 없이는 정상적인 프로그래밍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금 더 쉬운 방식으로 배우든 아니면 '정통'으로 배우든 간에, 코딩 교육의 의미는 여전히 강렬하다.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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