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격은 약 1900만원 넘지 않을 것”
“인큐베이터 탑재 로봇 불과” 지적도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분야에서 앞서가고 있는 중국이 이번에는 세계 최초로 '임신 로봇' 개발을 예고해 화제다.
10일(현지시간) 샤오샹 모닝 뉴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장치펑 싱가포르 난양이공대 박사는 지난 8일 인터뷰에서 “1년 안에 프로토타입(시제품) 출시를 목표로, 인공 자궁을 탑재해 임신부터 출산까지 가능한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며 “가격은 10만 위안(약 1900만원)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소식은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빠르게 화제가 됐다. 현지 웨이보에서는 '세계 최초의 임신 로봇, 1년 안에 출시 예정'이라는 주제가 8000만 뷰를 돌파했으며, 네티즌들은 “여성이 임신에서 해방된다”, “대리모보다 윤리적인 방식” 등 반응을 보이며 이 소식을 반겼다.
장치펑 박사는 이 로봇의 핵심이 '인공 자궁'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인큐베이터 기술이 성숙 단계에 들어섰으며, 휴머노이드 로봇 몸체에 자궁 환경을 재현해내는 '인공 자궁'을 로봇으로 구현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봤다.
그는 로봇에 내장형 바이오리액터 챔버, 인간의 체온인 37도에 맞춘 양수 순환 시스템, 자동 조절하는 영양 공급 네트워크, 양방향 센서 등을 탑재해 대리모를 대신할 수 있다고 했다.
광저우 로봇 업체인 카이바 로보틱스 테크놀로지의 설립자이기도 한 장치펑 박사는 중국과학원 산하 선전첨단기술연구원 등 여러 기관과 협력했으며, 세쿼이아 캐피털과 텐센트를 포함한 투자자들로부터 1차 투자 유치를 통해 2억 3천만 위안(약 445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고 말했다.
네티즌들은 인간의 임신과 출산을 대체하는 기술에 환호했지만, 일각에서는 인공 자궁 기술 실현 가능성을 두고 회의적인 반응도 이어졌다.
인공 자궁, '바이오 백'(biobag)은 이미 지난 2017년 미국 필라델피아 어린이병원 연구진이 이미 선보인 바 있다. 사람으로 치면 임신 23주가 된 새끼 양을 바이오 백에서 4주 가까이 키우는 데 성공한 것이다.
지렌 중국 인민대학교 외교학 석사는 중국 지식포털에서 “미국에서 바이오백을 성공시킨 지 7년이 지난 현재까지 이 기술이 인간 배아에 적용되지 않았으며, 대량 생산 역시 이어지지 않았다. 윤리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임신 로봇 이야기를 보고 내가 느낀 감상은 '또 시작이군' 이었다. 난자와 정자가 결합해 10개월 간 자라고 태어나기 위해서는 수만 개의 생식 단계가 필요하다. 센서와 튜브로 대체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현대 의학으로는 임신 21주, 체중 300g 미만의 미숙아도 생존이 가능하다. 지렌은 “장치펑 박사는 '몇 년 더 노력하면 가능하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지만, 현재 인큐베이팅 기술 자체가 거기까지 도달하지 못했다”고 짚었다.
또 다른 네티즌들도 장치펑 박사가 '임신 로봇'이라는 이름과 달리 인큐베이터를 로봇에 탑재한 형태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면서 “과장을 통해 빨리 돈을 벌고 도망치려는 사람처럼 보인다”고 비난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