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 배두리오름
제주의 최고 번화가인 제주시 연동에 위치한 배두리오름.
많은 제주도민들에게는 배두리오름보다는 삼무공원(三無公園)으로 더 알려져 있다.
오름 기슭의 바위가 밸(별의 제주어) 무리처럼 모여 있어 배(밸에서 ‘ㄹ’ 탈락)+두리(무리·둘레·둥근 것)로 베두리가 됐으며 이를 한자어로 별두리악(別豆里岳)으로 표기하고 있다.
배두리오름은 표고 865m, 비고 10m에 남쪽으로 굼부리가 벌어진 말굽형 오름으로, 그 높이가 말해주 듯 다른 오름들에 비해 너무 외소해 오름이라기보다는 동네 뒷동산 수준이다.
1978년 연동지역에 새로운 도시가 조성되면서 배두리오름이 공원으로 지정돼 오름 본래의 모습을 잃게 됐다.
배두리오름이라는 명칭도 희미해지고, 대신 삼무공원이라는 명칭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은 평소 기차를 볼 수 없는 섬 지역 아이들에게 기차를 보여주려고 사용이 중단된 증기기관차를 제주와 흑산도에 보냈으며 제주에 보내진 기관차는 삼무공원에 설치됐다. 현재는 제주에만 이 미카형 증기기관차 304호가 남아 있으며, 이 기차가 삼무공원의 상징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기관차는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1944년에 제작돼 부산~신의주 등 한반도 간선철도를 힘차게 누비다가 디젤기관차의 등장으로 퇴역했으며 퇴역 시까지 지구 둘레의 56배인 22만6400㎞를 운행했다고 기록돼 있다.
이 오름 정상에는 1978년 재일 대한민국제주도새마을부인회대판부회원들이 지원해 세워진 아름다운 정자가 세워져 있는데, 이 정자의 이름 역시 삼무정(三無亭).
이 삼무정은 처음에 2층으로 지어졌다. 1층 천장에는 승천하는 용 2마리의 벽화가 있었다. 하지만 2021년 3월 노후화로 구조안전진단을 시행한 결과 안전성에 문제가 대두돼 그해 11월 2층을 해체하고 현재의 1층 정자로 개보수됐다.
도시 개발 광풍에도 비록 규모는 작지만 울창한 숲이 있어 오름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으며 정상에는 정자와 증기기관차를 비롯한 배드민턴장, 오름 둘레 산책로, 각종 운동기구들이 갖춰져 있다.
접근성이 좋아 인근 많은 주민들이 배두리오름을 찾아 산책과 운동을 즐기고 있다.
특히 봄에는 벚꽃이 만개해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배두리오름이라는 명칭 대신 삼무공원으로 더 친숙하게 다가선 오름.
오름에 세워진 삼무공원비에는 ‘삼무(三無)란, 첫째 무도(無盜)는 불의를 저지르기 않고 정직 순박하므로 도둑이 없다는 것을 말함이요, 둘째 무걸(無乞)은 근검 절약 자조 자립하는 정신이 강하므로 거지가 없다는 것을 말함이요, 셋째 무대문(無大門)은 신뢰하고 협동하는 정신이 강하므로 대문이 없는 것을 말함이다.’고 새겨져 있다.
앞으로 영원히 가슴속 깊이 새겨야할 제주의 삼무정신이다.
조문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