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에 선출되는 대통령은 정파 간 극단적 갈등,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국제정세 급변, 인구 감소와 고령화 등과 같은 난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런 막중한 현안들에 비해 교육 공약은 주목받기 힘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모적이고도 낭비적인 학습 노동과 사교육비 문제의 근본 원인인 입시 문제 해결을 외면할 수 없다. 그간 혁신학교·자유학기제·고교학점제·디지털교육 등 입시 문제의 우회 해결 시도들이 있었지만 한계가 명확했다.
현행 수능은 고교 수준의 학습량과 난이도가 평범한 일반인이 갖추어야 할 소양이라고 보기는 힘듦에도 불구하고 국·영·수가 사실상 필수과목화돼 있다. 그 결과 학생이 미래에 전공할 내용과 무관하게 문제풀이식 반복 학습과 사교육이 이루어져 학생·학부모의 고통과 사회적 자원의 낭비가 크다. 특히 문·이과를 통합하는 2022 교육과정 도입으로 준필수 공통과목이 사회와 과학까지 확대되며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이에 경쟁이 극심한 현실을 인정하되 그런 학습 노동과 사교육비를 보다 생산적인 전공별 수월성을 연마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게 하는 ‘전공별 수능’(국·영·수 과목의 선택과목화) 등의 현실적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상경계열에 진학하려면 수능을 경제+수학 정도만, 의약계열에 진학하려면 화학+생명과학 정도만 치르게 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과목들은 심화 학습을 전제로 출제해 변별력 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전공별 면접 같은 대학의 자율적 입시전형으로 보완할 수도 있다.
만일 입시가 이렇게 바뀐다면 극심한 경쟁 자체, 즉 학생들이 밤새워 공부하고 학부모들이 사교육비를 지불하는 것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하더라도 그것을 보다 생산적인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다. 또한 명백하게 현존하는 사교육을 현실적 차원에서 인정하면서도 그 방향을 ‘7세 고시’로 상징되는 반교육적이고 소모적인 쪽에서 전공별 수월성을 함양하는 쪽으로 유도할 수 있다. 이는 이미 깊숙이 들어와 폐지보다는 개선이 더 현실성 높은 고교학점제의 현실과도 부합하는 방향이다.
동시에 중학교 3학년 정도에서 ‘국민 공통 의무교육 과정 졸업시험제’ 등의 병행 도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상식을 갖춘 대한민국 민주 시민으로서의 보편적 교양 및 기초학력 보장은 중학교 의무 교육과정에서 담당하는 것이 맞다. 기초학력 판별 평가나 검정고시 수준 난이도로 이 시험을 치른다면 기초학력에 대한 국가 책무성 및 학생의 자기 책임을 높일 수 있으며, 전공별 수능으로 인한 편중된 교육에 대한 우려도 상당 부분 불식시킬 수 있으리라 본다.
물론 ‘전공별 수능’과 ‘국민 공통 의무교육 과정 졸업시험제’가 난마처럼 얽혀 있는 우리 교육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는 방안은 아니다. 그러나 그간 회피해 왔던 우리 교육의 근본 문제에 정면 대응하는 첫걸음이자 교육의 비생산성과 학생·학부모의 고통 해결에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임이 분명하다. 교육은 지난 개발도상국 시절 경제와 사회 발전에 큰 역할을 담당해 왔다. 중대한 전환기를 맞은 한국을 다시금 교육을 통해 튼튼하게 세우는 ‘교육입국 대통령’을 기다려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