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거리에는 사자가 많다. 고궁에 가면 화강암으로 조각된 석사자들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지방에도 많다. 절에 가면 돌사자들이 받치고 있는 석등들이 있다. 사자는 아프리카에만 서식하는 동물이다. 동물원이 있기 전 오랜 세월, 한국인들은 본 적도 없는 동물이다. 그런 사자가 왜 이리 많을까? 중국도 마찬가지. 자금성 등 크고 작은 고궁에 가보면 사자들이 늘려 있다. 정말 알고도 모를 일이다.

사실 사자는 어디에서나 과도하게 사랑받고 있다. 예술작품의 모티브가 되기도 한다. 귀족들의 문장에도 단골로 등장한다. 용감했던 어느 영국왕은 사자왕(LionHeart)으로 불렸다. 건축물을 장식하는 중요 오브제이자 대학이나 스포츠팀의 심볼로 등장한다. 뉴요커들이 최애하는 조각도 시립도서관(NYPL) 입구에 있는 대리석 사자상이다. 크리스마스가 오면 화환 등 온갖 장식물이 걸쳐진다. 양키스가 우승하면 양키스 모자가 씌워진다.
이처럼 사자에 대한 인간의 흠모는 끝이 없다. 한자를 봐도 그렇다. 짐승 이름에 스승 사(師)를 붙이는 것은 사자밖에 없다. 사자는 개사슴록변(犭)에 스승 사(師)자를 붙인 것이다. 뒷글자 자(子)는 더 파격적이다. 공자·맹자·노자·장자 할 때 쓰는 글자다. 이 엄청난 글자를 붙여 놓은 것이다. 고대 중국인들이 얼마나 사자를 추앙했는지 짐작게 한다. 뿐만 아니다. 부처님의 설법을 두고도 사자후(獅子吼)라고 했다. 봉황이나 용 등 상상의 동물이 아닌 실제 동물이 이다지도 사랑을 받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어령의 주장이다.
동물학자들은 사자의 눈이 인간의 눈을 가장 많이 닮았다고 한다. 모든 초식동물들이 땅을 바라보는 데 비해 사자는 먼 지평선을 바라본다. 가히 사색에 잠긴 모습이다. 제왕의 카리스마를 연상하게 한다. 스승은 당장 오늘보다는 늘 미래를 꿈꾸라고 가르친다. 마치 사자가 발밑보다는 아득한 지평선을 바라보듯이. 그래서 사자에게 ‘스승 사’ 자를 붙이지 않았을까.
김동률 서강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