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정년퇴직 연령을 65세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사회적 직무급제’ 도입 등 임금 체계 개편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제언이 국회 주최 토론회에서 나왔다. 근속 연수가 쌓일수록 임금이 오르는 연공급제(호봉제) 중심의 구조에서는 정년 연장이 기업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제도 시행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단계적 고용 연장 사례를 참고해 기업이 정년 연장뿐만 아니라 퇴직 후 재고용 등 여러 방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국회 미래연구원은 19일 국회에서 ‘정년 연장과 임금 체계 개편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첫 발제자로 나선 정혜윤 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정년의 문제는 고용이 아니라 임금 부담을 누가 지느냐의 임금 체계 문제”라며 “연공급 중심의 임금 상승 구조가 기업의 인건비 총액 부담을 키우고 기업은 정년 이전에 퇴직을 압박하고 있다. 연공급이 지속되는 한 정년 연장은 기업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 부연구위원은 “연공급제가 중심인 대기업 및 공공 부문과 달리 대다수의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근로자에게는 임금 체계가 부재해 최저임금 수준에서 임금을 주는 경우가 많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직무급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무급제란 근속 연수, 연령 등과 무관하게 직무의 난이도와 책임에 따라 보수를 결정하는 임금 체계다. 직무급제 개편으로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줄여 정년 연장으로 인한 고용 여력을 확보하는 한편 비정규직 등 임금 체계가 없는 곳에는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의 원칙을 도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부연구위원은 “중소기업·비정규직·고령직군을 아우르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직무급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업에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하면서 단계적으로 정년 연장을 유도한 일본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명중 닛세이기초연구소 상석연구원에 따르면 일본은 2004년 법정 정년을 60세로 유지하면서 65세까지 고령자의 고용을 보장하는 방안을 의무화했다. 다만 기업이 자율적으로 정년 연장, 정년 폐지, 퇴직 후 재고용 중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퇴직 후 재고용은 근로자의 정년퇴직 이후 별도의 근로계약을 통해 고용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정년 연장보다 인건비 부담이 적어 경영계가 선호하지만 노동계에서는 임금 삭감, 비정규직화 등을 이유로 반대한다. 김 교수는 “일본 기업들이 처음에는 퇴직 후 재고용을 선호했지만 갈수록 정년 연장과 정년 폐지를 선택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60세 때 임금에서 30~40%를 깎는 재고용 제도가 근로 의욕을 감소시키기 때문”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업은 정년을 연장하는 것이 이익이 된다고 판단하면 임금을 인상하는 방향으로 전환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여야 의원과 경영·노동계 등 이해당사자도 참여해 의견을 개진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년 연장과 임금 개편은 투트랙으로 가야 한다”면서도 “초고령사회에서 건강하고 오래 일할 수 있는 규범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정년 연장은 여전히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정년을 누리지 못하는 근로자와 청년도 정년 연장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양극화가 심화되지 않게 논의를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선애 한국경영자총협회 고용정책팀장은 직무급제 도입과 관련해 “장기적으로 가야할 방향이라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사회적 합의를 통한 직무가치 산정이 정년 연장 이상으로 난이도가 높을 것”이라면서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그는 “당장 할 수 있는 현실적 접근은 우리나라 임금체계가 가진 과도한 연공성을 완화하는 것”이라며 “일본처럼 임금 곡선을 다소 평탄화하거나 정년 이후 연공성을 완화한 조치를 우리 기업 체계에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문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중앙연구원장은 “임금체계를 직무급으로 개편하는 데 동의한다”면서도 “직무급을 기업마다 다르게 해선 안 된다. 건설업과 제조업에서 하는 것처럼 직무 가치를 건설협회나 중소기업중앙회 등 산업별 단체가 산정해서는 안 되고 노사가 정부와 모여 협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년 연장과 임금 개편은 투트랙으로 가야 한다”면서도 “초고령사회에서 건강하고 오래 일할 수 있는 규범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정년연장은 여전히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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