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의 미국과 개방의 중국? 그리고 한국은?

2024-12-15

팡쿤 주한 중국 대리대사는 지난 2일 열린 2024 한중언론포럼 개막식 때 준비한 축사를 읽지 않았다. 대신 중국이 시행 중인 무비자 입국 조치를 설명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이는 중국의 일방적 대외개방 의지 피력이란 것이다. 맞는 말이긴 하다. 중국은 지난해 12월부터 무비자 정책을 펴기 시작해 이제까지 한국을 포함 38개 국가로 그 대상을 늘렸다.

장대를 세우면 그림자가 나타나듯 효과는 즉각적이다. 3분기 중국 입국 외국인이 820만명에 육박하며 전년 대비 50% 가까이 증가했다. 중국은 또 지난 1일부터 중국과 수교한 저개발국가의 100% 관세 품목에 대해 무관세 특혜 세율을 적용하겠다고 공표했다. 모두 상호주의에 입각한 게 아닌 일방적 조치다. 개방의 중국이라는 말이 나온다. 반면 미국은 거꾸로 가는 모양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은 세계 각국에 20%의 보편관세, 중국에는 6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또 지난 8일엔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에서 탈퇴할 수도 있다는 충격 발언을 내놓았다. 국제 경제가 어떻게 되든 세계 안보가 출렁이든 말든 미국의 이익 외에는 아무것도 고려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고립주의 회귀라는 말은 그래서 나온다.

한데 정말 그런 것인가? 중국은 개방적이고 미국은 고립적인가? 겉으론 몰라도 실제론 다르다는 게 적지 않은 중국 전문가의 생각이다. 트럼프가 내세우는 미국 우선주의는 미국이 세계와 헤어지려는 게 아니고 더 강경한 자세로 세계 질서를 이끌겠다는 의지의 발로라는 것이다. 국제 사무에 참여하지 않는 과거의 고립주의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미국의 이익에 맞게 국제 질서를 뜯어고치겠다는 계산이다.

자유무역 대신 호혜무역을 하고 관세 폭탄으로 무역 균형을 맞추려 한다는 것이다. 한편 중국의 개방에 대해선 이게 진정한 개방인가 의문을 제기한다. 중국이 말로는 자유무역을 외치지만 안보를 앞세워 외국인 관리자를 간첩으로 붙잡는 행태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느냐는 논리다. 중국은 현재 외자 유치에 열심이다. 그렇지만 정치 필요에 따라 경제 수요는 언제든 희생당할 수 있는 게 중국의 현실이기도 하다.

서방에선 이런 중국을 가리켜 정치 개혁 없이 더 이상의 경제 발전은 힘들다는 주장을 펼친다. 한데 이 말을 듣는 우리 낯이 간지럽다. 중국보다 한국에 더 맞는 말이 아닐까 싶어서다. 우리나라 역시 극히 낙후한 정치 개혁 없이 예전 같은 경제 발전은 요원해 보인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