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페이퍼, 황화수소 100ppm 이상 검출 '허위 발표 논란'

-전주페이퍼 19세 노동자 사망 공개조사서 황화수소 100ppm 이상 검출됐던 것으로 확인

-회사 측도 인정, 당시 검출 직후 대표이사에게 보고 들어간 뒤, 유족과 합의 한 것으로 확인

-당시 기자들에게는 4~5ppm 검출로만 발표

-현장 방문했던 기자들 어지럼증 및 두통 호소, 당시 안전장치 ‘전무’

-황화수소의 경우 인간이 냄새로 인지했다면 이미 ‘고농도’, 고용노동부 “실태 파악 중”

속보=19세 청년 사망사고와 관련, 지난 7일 진행된 공개조사에서 전주페이퍼측이 검출된 황화수소 수치를 축소, 허위발표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회사 측은 황화수소 수치가 100ppm 이상이 검출된 것을 숨긴 채 언론에는 미량의 수치가 검출됐다고 밝히고, 유족들과는 신속한 합의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8일 전북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7일 오전 8시30분께 진행됐던 19세 근로자 사망 공개조사 당시 1차 조사에서 측정됐던 황화수소(H2S)는 당초 사측이 기자들에게 발표했던 4~5ppm이 아닌 100ppm 이상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사용됐던 측정기는 황화수소 수치를 0~100ppm까지만 표현할 수 있는 장비로, 당시 측정수치는 최고치를 의미하는 ‘MAX’로 확인됐다. 이는 실제 황화수소가 '100ppm 이상'이 검출된 것을 의미한다.

사측은 이같은 사실을 측정 직후 인지했지만, 기자들에게는 4~5ppm이라는 축소된 수치만을 발표했다.

전주페이퍼 관계자는 “당시 MAX라는 수치가 떠 본인도 당황했다”며 “현재 원인을 찾고 있다. 해당 수치가 검출된 것을 알고 있었고, 측정 뒤, 대표이사에게 바로 보고가 들어갔다”고 말했다. 유족과의 합의 부분에 대한 질문에는 “전날부터 진행이 되고 있었기에 측정 결과와 합의 부분은 별개이다”고 선을 그엇다.

심지어 공개조사에서 전주페이퍼측의 현장 취재에 나섰던 10여명의 취재진과 직원들에 대한 안전조치도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독마스크 등을 착용하지 않은채 현장공개조사가 이뤄졌는데, 사측은 “해당 장소는 개방된 장소로 유해물질 등이 검출되지 않는 설비로, 평소에도 마스크 등을 착용하지 않고 다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100ppm 이상의 황화수소에 노출됐던 몇몇의 기자가 두통과 어지럼증, 매스꺼움 등을 호소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도 회사와 고용노동부의 임시조치 등은 없는 상태다.

전주페이퍼 관계자는 “그동안 황화수소가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가 갑자기 공개조사 당시에 황화수소가 검출됐다”며 “현재 온도와 습도 등 각종 영향을 조사 중이고, 임시조치 등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전주지청 관계자는 “해당 공장이 50년간 운영을 하면서 유의미한 황화수소 수치가 검출된 적이 없었다”며 “현재 황화수소가 검출이 됐다는 소식을 듣고 관심을 가지고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지만, 임시조치 등이 당장 이뤄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019년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인근 공중화장실을 찾았던 10대 여성이 황화수소에 중독돼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장소는 창문 등이 설치돼 있던 곳으로 개방된 공간이지만, 화장실 세면대와 배관 등에서 발생한 황화수소로 인해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상해를 입었다. 당시 황화수소 수치는 1000ppm이 넘었다. 공무원 등 관계자들은 금고형, 벌금형 등 법적 처벌을 받기도 했다.

서강대학교 이덕환 교수는 인간이 황화수소 특유의 썩은 계란 냄새를 인지했다면 이미 공장 내부에 고농도의 황화수소가 유출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황화수소의 냄새가 느껴졌다면 이미 100ppm 이상의 황화수소가 유출됐다는 것이 상식이다”며 “공장들은 이미 냄새에 익숙해져 있어 유해물질의 냄새를 맡아도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황화수소의 원인은 넓게 퍼져 있어 원인을 유추하기 어렵다. 해당 사고 당시 다른 유해물질 또한 유출됐을 가능성이 높고, 가장 중요한 것은 냄새다. 근무 중 평소와 다른 냄새가 난다면 절대 그 장소에 오래 머무르지 않고 자리를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