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나면 무조건 우리 책임”…사업주들은 ‘덜덜’

2024-10-05

김한울 기자 dahan810@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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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설비를 제대로 갖추고 있어도 막을 수 없는 사고가 나면 책임을 물 수 있다는 사실이 두렵습니다.”

공사 현장의 안전 강화 및 노동자들의 안전 확보를 위해 제정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처법)이 안전 확보 여부와는 상관 없이 사고가 발생하면 사업주에게 과도한 책임을 묻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중처법은 기업 경영 책임자가 안전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해 사망 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할 경우 처벌하는 법 규정을 두고 있다. 지난 2022년 1월27일부터 우선적으로 근로자 50인 이상 기업에 적용됐으며 올해 1월27일부터는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법이 적용돼 시행 중이다.

하지만 시행 이후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중대재해 사망 사고 발생 건수와 사망자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노동부가 올해 1분기(1~3월) 집계한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138명, 사고 건수는 136건으로 전년 동기(사망자 128명·사고 건수 124명)보다 증가했다.

올해 2분기(4~6월)의 경우 재해조사 대상 사고 건수는 266건으로 전년 대비 18건 감소했지만, 사망자는 296명으로 7명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중처법 시행 이후에도 관련 사망자 추이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자 현장의 사업주들은 중처법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지난 1월부터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적용 대상이 늘면서 소규모 사업주들도 억울한 처벌을 받게 될 위험성이 높아졌다는 주장까지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도내 공사 현장의 사업주 A씨는 “중처법 시행 이후 안전시설에 대한 보강에 나섰는데 건설경기 침체로 공사 건수가 줄어 소득까지 감소한 상황”이라며 “여기에 사고가 나면 무조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불안까지 겹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도 기계적으로 사업주에게 과도한 책임을 묻는 현행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현장 관리와 안전 확보는 사업주만 잘한다고 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노동자들도 안전 수칙을 준수하고 지키려고 노력해야 완성되는 것”이라며 “노사가 함께 협의에 나서 사업주에게 과도한 책임을 묻고 있는 법령을 보완하고 현장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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