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임금체불은 더 이상 문화가 아니다

2024-10-04

[정보통신신문=김연균기자]

“일한 자의 땀이 마르기 전에 그에게 일 삯을 주라”고 하지 않았나.

임금체불은 엄연한 범죄다.

어느 설문 조사를 보자하니 근로자 88%가 중소기업이나 영세사업장에서 근무하는데 이들 사업장에서는 각종 수당을 주지 않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심지어 퇴직금을 안 받는 걸 당연시하는 업종까지 있을 지경이다.

이는 아직까지 한국에서 임금체불을 심각한 범죄가 아닌 단순일탈로 보는 시선이 만연하다는 증거다. 어이없게도 일부에서는 임금체불을 고소하는 피해자를 향해 “애국심이 없다”, “애사심이 없다”며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키기도 한다.

임금체불과 관련된 근로기준법을 펼쳐보면 ‘임금’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일체의 금품으로 정의할 수 있다. 근로자에게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되고, 단체협약이든 취업규칙 등에 의해 사용자에게 지급의무가 지워져 있으면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모두 임금에 포함된다.

여기서 말하는 ‘근로의 대가’란 직접적으로 제공한 근로시간이나 생산량에 따라 지급되는 것뿐만 아니라 널리 근로자의 생활을 유지해 나가기 위해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지급조건이 명백한 것이라면 모두 임금에 해당한다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왜 임금체불을 범죄로 규정해 놓았을까.

이유는 단순하다. 바로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민사적 채무불이행이라는 차원에서 비교해 보자면 똑같이 돈을 주지 않는 일이라도 식당에서 밥을 먹고 값을 치르지 않는 ‘무전취식’과 다르게 임금체불은 근로자의 생활에 큰 타격을 입힌다.

각종 카드 대금 결제를 위해서는 정해진 날짜에 통장 잔고가 있어야 하며, 주거 형태가 임대라면 월세를 납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보증금에서 월세를 까야 한다. 각종 공과금은 어떻게 한단 말인가. 전기, 수도, 가스 사용없이 생활이 가능한가.

임금체불을 당한 근로자는 생활을 위해 적금을 깨서 근근히 버티는게 현실이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임금체불을 두고 ‘경제살인’이라고 한다. 그만큼 체불피해 당사자는 피폐해질 수 밖에 없다.

임금체불에 대해 보다 강력한 제재수단이 필요하다데 이견은 없을 것이다.

최근 상습체불 사업주에 대한 경제적 제재를 강화한다는 소식은 대한민국 산업현장에서 임금체불로 피해를 호소하는 근로자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악의적이고 고의적인 상습체불 사업주는 법의 테두리에서 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

어느 기사를 보니 대한민국 임금체불 수준이 일본의 10배에 달한다고 한다.

앞서 말했듯이 임금체불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한국 노동시장의 문화가 근본 원인인지, 하도급 구조에 기반한 경제 구조가 문제인지는 따져봐야겠지만 임금체불이 더 이상 경제 현상 가운데 하나가 아니였으면 한다.

임금체불은 범죄이기도 하지만 기업이 망하는 중요한 원인이라는 사실을 잊지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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