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식량안보’가 주요 농정 이슈로 부각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일본이 식량안보 증진의 방편으로 ‘생산자 적정 가격’ 보장을 추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농협 미래전략연구소 등은 올해 농업·농촌 관련 10대 이슈로 ‘식량안보’를 꼽았다. 이달 미국이 농가 경영안정과 정밀농업 확산 촉진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농업법’ 개정을 앞두고 있고, 중국도 지난해 6월부터 ‘식량안보 보장법’을 시행하는 등 세계 각국에서 식량안보 논의가 구체화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본도 지난해 25년 만에 ‘식료·농업·농촌기본법(농업기본법)’을 개정하며 ‘식료안전보장 확보’를 기본이념으로 담았다.
농협 미래전략연구소는 일본이 ‘농업기본법’ 개정의 후속 조치로 ‘적정한 가격 형성에 관한 협의회’를 가동해 농산물이 적정 가격을 보장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6월 공포·시행된 개정 ‘농업기본법’은 “지속가능한 식료품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이를 위해 농민, 식품산업 종사자, 소비자 및 기타 식량시스템 관계자들이 합리적인 비용을 고려하도록 해야 한다”는 조항을 담고 있다. 또 “식량시스템 관계자들이 지속가능한 식량 공급의 필요성을 이해하도록 돕고 합리적인 비용을 명확히 하도록 촉진해야 한다”고도 명시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일본 정부가 ▲농산물 비용 파악 및 가시화 ▲비용을 고려한 거래 시행 ▲소비자의 구매력 확보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실무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게 연구소의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농림수산성 대표와 생산자·소비자·유통업계 관계자 등 18명이 참여하는 ‘적정한 가격 형성에 관한 협의회’를 구성하고, 식량시스템 각 단계의 거래가격, 생산·제조·유통 비용을 조사해 품목별 비용 구조 실태를 명확히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생산비용 중 기존 통계로 파악이 안되는 부분은 주산지 농협 공청회를 비롯해 생산단계별 설문조사를 통해 정보 파악에 나서고 있다. 구매자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비용지표’를 명확히 하는 것이 목적이다. 소비자 구매력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는 노사정 협의회를 통해 임금 인상을 추진하는 동시에 경제적·물리적인 이유로 식품 접근이 어려운 계층도 지원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올해 중 합리적인 가격 형성과 관련된 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현경 농협 미래전략연구소 부연구위원은 “농산물 적정 가격 보장을 통해 생산기반과 식량안보를 지키려는 취지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결과적으로 소비자에게 생산 비용이 전가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일본에서도 생산자를 제외한 유통 주체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다는 점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해대 기자 hdae@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