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독립 영화 잇달아 개봉

2025-11-07

'맨홀', '한란', '통잠'...신인감독들 서사 돋보여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올가을 한국 독립 영화계가 유독 뜨겁다. 문학적 깊이와 현실적 감정, 시대의 상처를 담아낸 독립 영화 세 편이 연이어 관객을 찾아온다. 박지리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한지수 감독의 데뷔작 '맨홀', 1948년 제주를 배경으로 한 생존 서사 '한란', 그리고 마음의 무게를 섬세하게 다룬 '통잠'이 그 주인공이다.

'맨홀'(Hideaway)은 응어리진 상처를 품은 고등학생 '선오'가 뜻밖의 사건을 통해 내면의 심연과 맞닥뜨리는 과정을 그린 심리 스릴러 드라마이다. 사계절문학상과 한국출판문화상 등을 수상한 박지리 작가의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김준호, 권소현, 민서, 박미현 등 신선한 배우진이 현실감 있는 연기로 이야기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한지수 감독은 이전 단편에서 인간 감정의 균열을 날카롭게 포착한 연출로 주목을 받았고, 이번 작품에서는 감각적인 미장센과 서정적 음악으로 서사의 긴장감을 확장했다. 한층 세련된 심리 묘사를 통해 최근 독립 영화의 트렌드인 '감정 서스펜스' 계열을 대표한다는 평가이다. 11월 19일 개봉.

'한란'은 1948년 제주 4·3을 배경으로, 해녀 출신 어머니와 어린 딸의 생존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하명미 감독은 역사적 재현보다 감정의 층위를 택한다. '겨울에 피는 난초'처럼 인물의 고통과 생명력은 극단의 환경 속에서 피어난다. 김향기는 체념과 희망 사이를 오가는 모성의 얼굴을 섬세하게 구축하며, 단단한 내면의 연기로 극의 중심을 지탱한다.

'한란'은 역사극이자 여성 서사, 동시에 기억의 윤리를 묻는 작품으로, 최근 독립 영화들이 보여주는 '역사적 감정의 재해석' 경향과 맞닿아 있다. 제30회 아이치 국제 여성 영화제 공식 초청작이기도 하다. 경기도민이 영화 투자자로 참여하는 '경기 인디시네마 프로슈머 조각 투자'의 첫 투자작으로 공모 첫날 목표액을 초과하여 화제를 모았다. 11월 26일 개봉.

'통잠'(Deprivation)은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멕시코국립시네테카 개봉 지원상'을 수상한 김솔해·이도진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오랜 시험관 시술을 이어오던 부부가 포기할 수 없는 마음과 침묵 속에서 마주하는 고통을 미니멀한 리얼리티로 담아냈다. 극단적으로 절제된 연출과 밀도 높은 정서가 차분한 여운을 남긴다. 전주국제영화제 심사위원단은 "여성 내면의 리얼리티를 가장 절제된 방식으로 구현한 영화"로 평가했다. 주연 배우로 출연한 김시은은 최근 '우리 둘 사이에'(감독 성지혜)와 '드라이브'(감독 정연)에도 출연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11월 19일 개봉.

세 작품 모두 '첫 장편', '여성 서사', '내면의 감정선'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다. 이는 한국 영화계의 새로운 창작 세대가 스토리텔링과 시각 언어로 어떤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게 만드는 중요한 흐름이다. 거대 자본의 블록버스터 사이에서도 여전히 빛을 잃지 않는 독립 영화의 힘, 그 가능성을 다시금 증명할 11월 극장가가 기대된다. oks3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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