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민심 “대통령 일 좀 하더라” “국힘 다선 의원 싹 물갈이 해야”

2025-07-21

정권 교체 한 달 반 보수 텃밭 대구 민심

“요새 서울 강남 집값 좀 많이 내렸지예? 나도 신경질이 막 나더라고예. 우리는 죽자사자 벌어봐야 연봉 2000만 원도 안 되는 기라. 집세 주고 나면 7~8월에는 남는 게 없다니까. 새벽같이 일나 여 오면 하루 3만원, 5만원 그 카는데 서울 사람들은 고마 집 사 가지고 1년에 1억씩 오르네 그러면 막 열 받는 기라. 정부가 잘해서 집값이 조금 잡히니까 기분이 좋더라고. 그런 거 보면 이재명 대통령이 일은 좀 한다고 봐야지."

지난 18일 오전 대구광역시 서문시장. 도로변에서 도넛 가게를 하는 장 모(66) 씨는 취임 이후 이 대통령의 활동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에 비해 이 대통령은 일을 한다는 느낌을 준다”고 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5~17일 전국 1000명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이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64%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대구·경북(TK)에서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가장 낮은 49%였다.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TK에서 33%로 가장 높았다. 하지만 지난 21대 대선 당시 이 대통령은 대구에서 23.2%, 경북에서 25.5%를 얻는 데 그쳤었다. 그에 비하면 보수 텃밭에서 지지세가 늘어난 셈이다. 장 씨는 “여기 상인들은 대부분 대선 때 김문수 후보를 찍었고 이재명 후보를 매우 비판하곤 했는데, 최근에는 욕은 잘 안 하더라”고 귀띔했다.

"대선 때와 달리 욕은 안 한다"

대통령에 당선된 만큼 사법 리스크에 대해서도 관대해진 반응이 나왔다. 동대구역에서 손님을 기다리던 택시 기사 박모(71)씨는 “재판이 여러 건 걸려 있었지만 나라의 장이 됐는데 그걸로 물어 뜯으면 세계적으로도 이미지가 안 좋을 것”이라며 “대선 전에는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여기서 아우성 쳤지만, 당선된 지금은 사람들의 생각도 차이가 나게 돼 있지 않으냐”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과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평가는 유보적이었다.

“민주당 국회의원 숫자가 월등히 많으니 자기들끼리 계획해 가지고 국회 소집해서 한다고 하믄 그대로 가는 거 아닙니꺼. 야당이 머릿수가 적으니 어쩔 수 없지만, 적어도 보는 눈과 귀가 있는데 여야가 타협을 해보고 안 되면 몰라도 여당이 혼자 마구 하는 것은 안 좋죠.” 박씨는 “이제 한 달 조금 넘었는데 한 6개월은 지나봐야 어떤지 알 수 있고 지금 평가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했다.

"하루 5만원 벌 때 강남 수억 올라 열 받았는데 잘 대응"

강선우 후보에 "국민 가장 싫어하는 게 갑질" 경질 요구

"호남엔 예산 많이 간다는데…대구는 대기업 유치 필요"

윤 전 대통령 동정 사라지고 "죗값 치르는 수밖에…"

최근 논란이 되는 장관 인사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여론이 압도적이었다. 갑질 논란이 제기된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와 이 대통령이 인선을 철회한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선 대부분 임명해선 안 된다는 반응이었다. 서문시장 지하상가에서 딸과 함께 옷을 고르던 김 모(56·중구) 씨는 “우리 국민이 제일 싫어하는 게 내로남불과 갑질 같은 것”이라며 “일반 시민들이 생각할 때 불합리한 인사이기 때문에 국민 정서에 반하는 행동을 할 경우 여론만 나빠질 수 있으니 이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하지 않나 싶다"고 했다. 그는 ”야당 할 때는 장관들 청문회 할 때 자격이 없다고 했던 사안도 자기들이 여당이 되면 '야당이 발목 잡는다'고 한다“면서 ”야당 때 없앴던 대통령실 특활비도 자기들이 집권하니 당장 살려놓던데 여든 야든 정치인들이 똑같은 것을 보면 양심이 있어야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쏘아붙였다.

"대구는 지금 왕따 같다"

동대구역에서 서울행 KTX를 기다리던 정 모(38·남구) 씨는 “몇 년 후에 젊은 세대가 갚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정부가 민생회복 소비쿠폰으로 지급해주는 돈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대구는 지금 왕따 같다”며 지역 발전을 위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정 씨는 “광주 군 공항 이전을 이 대통령이 챙겼는데, 대구도 공항 이전이 현안”이라면서 “부산이나 전라도에는 예산이 엄청 가고 있다고들 하더라”고 읊조렸다.

함께 있던 정 씨의 아버지(67)는 “다른 지방에는 해양수산부도 보내고 한다는데 이 대통령이 여기도 경제를 좀 좋아지게 해줘야 하지 않느냐는 말들을 한다”며 “대구는 대기업이 없고 하청 중소업체만 많아서 졸업한 청년들이 갈 직장이 없기 때문에 전부 수도권으로 가버린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직장을 다녀도 연봉이 전국에서 하위 수준인데, 항구가 끼어있나 수도권에 가깝기를 하나. 기업들이 안 오기 때문에 그런 문제를 해결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지지세가 가장 강한 지역이었지만 비상계엄과 탄핵 이후 정권 교체로 이어지면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관심도는 급격히 줄어든 모습이었다. 이날 오후 3시쯤 번화가인 중구 동성로 광장에는 부정선거와 선관위 해체를 주장하는 문구를 부착한 트럭이 성조기를 내걸고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하지만 과거처럼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별로 보이지 않았고, 가랑비가 오락가락하자 자리를 뜨는 모습이었다.

이곳을 지나던 최 모(60·중구) 씨는 “처음에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해 동정을 많이 하던 사람들도 지금은 '어차피 죄를 지었으니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들 말한다”면서 “정권이 바뀌었으니 보복 정치는 안 한다고 하지만 별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함께 있던 박 모(59) 씨도 “우리 지역에서는 주로 편을 들어줬었는데, 가만히 있었으면 임기를 채웠을 건데 스스로 등신짓을 한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특검이 따로 돌아가니 부인도 같이 들어갈 것인지가 관심인데, 한 명은 봐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도 있긴 하지만 어쨌든 감방에서 오래 안 살겠나 싶다”고 덧붙였다.

보수의 텃밭으로 불리는 지역인 만큼 대선 패배와 그 이후 국민의힘의 자중지란에 대해선 매서운 회초리를 드는 분위기였다. 서문시장에서 양말 가게를 하는 김 모(59)씨는 “이미 국민의힘을 탈당했다"며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몇몇을 물러나라고 했다가 다구리를 당했다고 했던데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계속 영남당으로 함몰돼 버린다면 미래가 없기 때문에 차라리 소수당으로 헤쳐모여 없어져 버리는 게 낫다”면서 “정치를 해보겠다는 지역 신인들도 많은데 다선을 하며 지역에 해준 것도 없이 자기 밥벌이만 하는 중진들도 싹 물갈이가 돼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김씨는 또 “자유당 독재에 항거한 2·28 학생민주의거나 국채보상운동에서 보듯 과거에는 대구가 민주화의 성지였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 때문에 보수가 됐지만 보수와 극우는 완전히 구분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구 시민들도 엄청 보수화됐다기보다 탄력적으로 얼마든지 수용할 의사가 있는데 정치권에서 편을 가르고 부추기니 쏠림이 생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기 대표 김문수냐 한동훈이냐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성과를 내기 어려운 구도로 흐르기 때문인지 다음 달 하순 전당대회에 관심을 보이는 경향이 포착됐다. 속속 출마자가 나오고 있지만 반응은 김문수 전 대선 후보와 한동훈 전 대표에게 양분되는 경향을 보였다.

동성로에서 대기 중이던 택시 기사 김 모(73)씨는 “민주당은 무슨 일이 있으면 서로 나서서 물고 뜯고 하는데, 국민의힘 의원들은 누구 하나 희생하는 사람이 없으니 다 무능한 것 아니냐”며 “전부 다 물러나고 새로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동훈 전 대표의 경우 윤 전 대통령과 협조를 안 하고 갈등을 했던 터라 좋게 보지 않는다"면서 "깨끗한 스타일인 김문수가 당 대표로 나서면 좋겠다”고 했다.

반면 서문시장 양말가게 주인 김 씨는 “여기 정치인 중에 스스로 물러날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인 만큼 한 전 대표가 당 대표를 맡아 인적 쇄신에 나서야 한다”며 “김 전 후보는 세력이 없어 혼자 앞으로 나아가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대선 경선 출마로 대구시장이 공석이 된 상황에서 내년 지방선거 때 누가 출마할 지를 놓고도 여러 반응이 나왔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과 관련해 서문시장 도넛 가게 주인 장씨는 “차기 대구시장으로 이진숙을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민주당에서 제기하는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 등을 거론하며 설사 시장 선거에 나가더라도 시민들 호응을 받기 어려울 거라고 내다봤다.

대신 그는 “오히려 민주당에서 김부겸 씨가 나올 경우 국민의힘에서 꽤 중량급 인사가 출마하지 않는다면 힘들 수 있을 것이라고들 한다”고 귀띔했다. 같은 맥락에서 역대 시장들 가운데 가족은 모두 서울에 살면서 대구를 중앙 정치를 위한 발판용으로 삼았다는 비판을 내놓은 시민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민의힘이 보수 정치를 대표하는 정당의 입지마저 지키지 못하면서 텃밭 대구 시민들의 생각은 복잡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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