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버풀이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사실상 확정한 상황에서 이들의 행보는 단순한 성과를 넘어 잉글랜드 축구 전반에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디애슬레틱은 24일 “리버풀의 우승이 잉글랜드 축구에 주는 네 가지 긍정적 신호”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썼다.
한동안 프리미어리그에는 ‘최고 리그’라는 명성과 달리, 경기력과 스타일에 대한 회의감이 퍼지고 있었다. 빅클럽의 신중하고 구조적인 접근, 육중한 피지컬 중심 축구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축구 본연의 미학이 퇴색됐다는 비판도 있었다. 디애슬레틱은 “이런 분위기 속에서 리버풀의 우승은 단순한 타이틀 이상으로 해석된다”며 “미켈 아르테타의 아스널, 펩 과르디올라의 맨체스터 시티와는 다른 방식으로 정상을 밟은 리버풀은 다음 네 가지 측면에서 잉글랜드 축구에 긍정적 신호를 보냈다”고 분석했다.
① “돈이 없어도 우승할 수 있다”
리버풀은 이번 시즌 대형 영입 없이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여름 영입한 페데리코 키에사조차 리그 경기에 단 한 차례도 선발로 나서지 않았다. 오히려 기존 자원에 대한 신뢰와 팀 조직력 유지가 리버풀의 강점이 됐다. 과도한 로테이션이나 화려한 보강 없이도 팀은 굳건했다. 이는 자본력에 의존하지 않고도 리그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사례로 기록될 만하다.
② “기술 중심의 축구도 통한다”
전통적인 수비형 미드필더 부재는 리버풀의 약점으로 지목됐지만, 아르네 슬롯 감독은 라이언 흐라펜베르흐를 재배치하며 기술 중심의 전환 플레이로 이를 해결했다. 정통 홀딩 미드필더가 아님에도, 몸을 뒤로 돌리면서 공을 전진시키는 흐라펜베르흐의 능력은 팀 전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또한,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와 앤디 로버트슨은 수비 불안을 감수하면서도 공격적 재능을 유지했다. 이는 지나치게 보수적인 빌드업 대신, 창의성과 공격성을 여전히 중시하는 리버풀의 팀 철학을 반영한다.
③ “스타플레이어는 자유로울 때 빛난다”
과르디올라나 아르테타는 엄격한 포지셔닝을 강조하지만, 리버풀은 다르게 접근했다. 모하메드 살라흐는 30대 중반에 접어든 나이에도 공격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았으며, 그의 수비 부담은 줄고 공격 집중도는 높아졌다. 그 결과, 리그 최다 득점과 최다 도움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재능을 제한하기보다는, 최대한 발현시키는 접근이 결국 팀 전체의 상승 효과를 불러온 셈이다.
④ “감독이 모든 것을 지배할 필요는 없다”
위르겐 클롭의 후임이라는 무게감에도, 슬롯 감독은 자신만의 ‘조용한 리더십’으로 팀을 정비했다. 언론 노출을 최소화하고, 대대적인 전술 변화 없이 세부적인 개선에 집중한 그의 스타일은 기존 구성을 존중하면서도 필요한 부분만을 다듬는 유연한 리더십을 보여줬다. 감독의 존재감이 지나치게 강조되지 않아도, 팀은 충분히 우승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디애슬레틱은 “리버풀은 최근 몇 경기에서 주춤했지만, 그들이 이번 시즌 보여준 축구는 분명 흥미로웠다”며 “고비용·고통제 중심의 구조를 탈피해, 기술·유기성·신뢰를 바탕으로 정상에 오른 이번 리버풀은 잉글랜드 축구가 나아갈 수 있는 또 하나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