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 엔리케 감독의 멈추지 않는 이강인 실험, 수미? 오른쪽 날개?

2025-04-23

스페인 출신의 루이스 엔리케 파리 생제르맹 감독(55)은 실험정신이 강한 지도자다. 선수마다 굳어진 포지션에 천착하지 않고 숨겨진 재능을 찾는 걸 즐긴다. 잦은 변화를 꾀하다보니 팬들 사이에선 ‘과학자’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엔리케 감독의 실험 대상에선 이강인(24)도 예외는 아니다.

이강인은 2024~2025시즌 43경기를 뛰면서 총 6개의 포지션을 소화했다. 시즌 초반 최전방에서 가짜 9번(6경기 1골 1도움)을 주로 소화한 그는 시간이 흐르면서 공격형 미드필더(11경기 2도움)와 좌우 날개(14경기 3골 3도움), 수비형 미드필더(1경기), 심지어 오른쪽 측면 풀백(1경기)으로 뛰었다.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이강인의 재능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이강인은 탈압박 능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패스 능력이 뛰어나다. 다소 느린 발과 허술한 피지컬이 아쉽지만 선수가 모든 면에서 완벽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령탑이 선수의 장점에 맞는 역할을 맡기는 게 중요하다.

문제는 엔리케 감독이 이강인의 다양한 포지션을 실험하면서 뚜렷한 결론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엔리케 감독도 전반기 훌륭한 활약을 펼친 이강인을 후반기 들어 교체 위주로 활용한 것에 대해 “축구가 11명이 하는 종목이라 아쉽다”고 말한 것을 살펴보면 그 고민을 짐작할 수 있다.

엔리케 감독은 이강인의 주요 포지션으로 2선을 낙점한 것으로 보였으나 최근 다시 3선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엔리케 감독은 지난 20일 르아브르전에서 이강인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했다. 그리고 23일 낭트전에선 다시 이강인을 오른쪽 날개로 쓰면서 오락가락하는 흐름을 노출했다. 이강인이 불과 나흘 사이에 수비형 미드필더와 측면 날개를 오가는 극심한 변화 속에서 2개월 만에 도움을 기록한 것이 놀랍기만 하다.

이날 이강인은 전반 33분 우스만 뎀벨레가 내준 패스를 페널티 지역 정면에서 왼발로 잡아챈 뒤 골문 앞으로 달려들던 비티냐에게 넘기면서 1-0으로 달아나는 선제골을 도왔다. 이강인은 이번 시즌 6골 6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엔리케 감독의 멈추지 않는 실험은 축구대표팀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 역시 이강인을 중용하고 있지만 한 자리를 정해놓지는 않고 있다. 홍 감독은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에서 이강인을 오른쪽 측면에 줄곧 기용했지만 상황에 따라 측면 날개(3경기)로 끌어올리거나 공격형 미드필더(1경기)로 썼다.

이강인이 어느 자리에서 뛰느냐에 따라 ‘캡틴’ 손흥민(토트넘)을 비롯한 나머지 유럽파 공격수들의 입지도 달라질 수 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의 성과를 낸 파울루 벤투 전 대표팀 감독도 손흥민의 기용법을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를 벤치마킹해 활용한 전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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