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쪼개기 끝낸 SK이노···'사업 통합'으로 새 판 짠다

2025-06-26

장용호 사장 체제의 SK이노베이션이 출범한 지 한 달 만에 강도 높은 리밸런싱을 단행했다. 과거 '계열사 쪼개기'를 통해 외형 확장에 주력했던 SK이노베이션이 이제 사업 통합 중심의 구조 개편으로 전략을 바꾸며 새 판을 짜고 있다. 이를 통해 계열사들의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하고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의 재무 부담을 줄이려는 복안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 SK엔무브의 지분 30%를 매입해 완전자회사로 편입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SK엔무브의 기업공개(IPO) 계획은 철회됐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이번 결정을 두고 SK엔무브의 경영효율성을 높이고 자회사 경영권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또, IPO는 최근 자본시장 분위기와 회사 제반 사정 등을 고려해 잠정 중단했다는 입장이다.

같은 날 SK이노베이션은 미국 법인의 지배구조도 개편했다. 기존 SK이노베이션 E&S의 자회사였던 프리즘 아메리카 지분을 또 다른 자회사인 SK이노베이션 아메리카에 3조666억원 규모로 현물출자하고, 그 대가로 신주를 교부받기로 한 것이다. 이는 SK이노베이션과 E&S 간 합병 후속 조치로 해외 법인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이번 리밸런싱은 장용호 총괄사장이 회사의 새 수장으로 오른 후 처음 단행한 구조 개편이다. 업계에서는 그가 '사업 통합'을 중심으로 고강도 리밸런싱을 펼칠 것으로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계열사 대부분이 부진한 실적을 내고 있는 만큼 내실 강화를 통한 수익성 개선과 재무 안정성 확보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한때 SK이노베이션은 계열사 분할을 통한 외형 확장에 집중했다. 대표적으로 2019년 소재사업을 물적분할해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를 설립했고 배터리와 석유개발 사업은 각각 SK온과 SK어스온으로 물적분할했다. 이 외에도 지난해 1월 SK에너지의 탱크터미널 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해 SK탱크터미널을 SK이노베이션의 새로운 자회사로 출범시킨 바 있다.

계열사 분리로 몸집 불리기에 주력했던 SK이노베이션은 다시 내실 중심의 사업 통합에 전략을 선회하는 모양새다. 이는 배터리를 비롯해 정유, 석화 등 전반적인 사업 부문이 위기를 겪으면서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연결 재무구조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 1분기 기준 SK이노베이션의 부채비율은 200%를 넘어섬에 따라 재무 부담이 가중됐다.

특히 회사의 지배구조 개편의 큰 축은 'SK온 살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SK온은 2021년 출범한 이후, 작년 3분기 첫 흑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분기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SK온의 심각한 실적 악화는 그룹 전체의 재무 리스크로 직결될 수 있어 이에 대한 구조적 대응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에 향후에도 SK이노베이션이 계열사 사업 통합을 중심으로 리밸런싱을 추진할 가능성에 무게가 쏠린다. 유력하게 거론되는 시나리오로는 SK엔무브와 SK온의 합병 가능성이다. 두 회사가 합병할 경우 안정적 수익을 내고 있는 SK엔무브가 SK온의 영업손실을 일부 메워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외에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지분 일부 매각과 SK지오센트릭 역시 사업 조정이 예상되는 기업으로 주목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SK그룹의 사업 재편 전략에 발맞춰 지배구조를 재정비하고 있다. 장 총괄사장은 사업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속도감 있게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상태며, 이번 SK엔무브 자회사 편입을 시작으로 리밸런싱 작업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당장은 SK엔무브의 사업 경쟁력과 수익성 향상 및 배당 확보에 주력해야 할 것 같다"면서도 "SK온과의 합병은 아직 고려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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