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북한, 러 방공 시스템 ‘판치르’로 평양 방어”

2025-07-02

북한이 러시아에서 제공받은 이동식 방공 시스템인 ‘판치르 S-1’을 평양 방어에 활용하고 있다는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이 주장했다.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북·러 조약) 체결 1년을 맞이한 가운데 북한이 실제 러시아 방공 시스템을 활용하면서 북·러 군사 협력이 한층 더 구체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군 정보총국장은 현지 라디오 인터뷰에서 “첫 번째 판치르는 이미 평양에 설치돼 수도 방위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러시아가 북한 인력들을 재교육하고 있고, 곧 북한이 이 기술을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어로 ‘갑옷’이라는 뜻을 가진 판치르는 러시아가 개발한 대표적인 방공무기로, 레이더 체계를 토대로 지대공 유도미사일, 대공포 등 무장을 갖췄다. 40여㎞ 상공의 순항미사일이나 드론을 탐지해 사거리 20㎞에서 요격 가능하며, 대당 약 1500만달러(204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러시아에서 받은 판치르를 평양 방공 체계에 도입한 사실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다국적제재모니터링팀(MSMT)는 북한이 지난해 11월 이후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약 900만발의 포탄과 100여발의 탄도미사일 등을 제공했고, 러시아는 북한에 판치르 전투차량, 위성항법장치(GPS) 전파 교란 장비 등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북한에 첨단 전자전 체계를 제공하고 최신 군함 건조를 지원하는 한편, 단거리 탄도미사일 KN-23 개량에도 도움을 준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MSMT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 지원을 해준 북한에 대가성으로 각종 무기와 군사 기술을 이전했다”며 “러시아의 탄도미사일 관련 각종 데이터와 유도 기술도 북한에 이전됐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판치르 도입은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적 협력이 심화하는 신호라고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지적했다. 부다노우 국장은 “북한이 러시아와 협력을 통해 군사력을 크게 강화하고 있다”며 북한이 파병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무기체계와 군사기술을 지원받을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실전 경험도 쌓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다노우 국장은 러시아를 위한 북한의 병력 지원이 직접 파병과 같은 기존 방식과 다른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는 러시아 내 북한 국적자 수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며 “이들 중 일부가 러시아군에 자발적으로 입대함으로써, 북한의 병력 파견이 인력 이전이 아닌 개인의 자발적 참여처럼 보이도록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이 공식 파병 대신 시민 개개인의 자원입대 형식으로 러시아에 병력을 지원하려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앞서 북한과 러시아는 지난해 6월 북·러 조약을 맺어 양국관계를 안보동맹 수준으로 끌어올린 뒤 우크라이나전에 병력을 보냈다. 북한은 지난달에도 공병 병력과 군사 건설 인력 총 6000명을 추가 파병하기로 하는 등 거듭된 밀착관계를 과시하고 있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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