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책임져주지 않는 환경”에서 ‘노동’하는 대학생 현장실습생들

2024-07-04

대학생 현장실습생들이 기본적인 노동권 보장이 되지 않는 등 열악환 환경에 있다는 내용의 실태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배우러 왔기 때문에 값싼 노동력 정도로 취급당하는 분위기가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김용균재단·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청년학생노동운동네트워크 4개 단체가 모여 만든 대학생 현장실습학기제 대응팀은 4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장실습학기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9월부터 지난 2월까지 진행된 온라인 설문조사엔 대학생 및 졸업생 195명이 참여했고 이중 실습학기제를 경험한 이들은 35명이었다.

실습학기제를 참여한 응답자 중 54.3%(19명)이 현장실습이 학습보다는 근로 중심의 노동력 활용에 가깝다고 답했다. 권미정 김용균재단 활동가는 “(현장실습생이) 함부로 해도 되는 노동력 정도로 취급되면서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응답자들은 학교나 실습기관으로부터 충분한 교육과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었다. 실습 전 안전보건교육을 받은 이들은 42.9%(15명)이었고, 성희롱 예방 교육은 25.7%(9명)에 그쳤다. 상해나 산재보험에 대한 정보도 22.9%(8명)만 받았고 아무런 정보를 받지 못한 이들도 11.4%(4명)에 달했다.

유해·위험 업무를 강요하거나 폭력적 상황을 경험한 응답자는 17.1%(6명), 언어·신체·정신적 폭력 경험하거나 목격한 학생은 31.4%(11명), 성희롱·성폭력·성차별을 경험하거나 목격한 학생 20%(7명)에 달했다. 주관식 문항에서 한 응답자는 실습학기제에 대해 “누구도 책임져주지 않는 환경”이라고 했다.

대응팀이 수행한 면접조사에선 현장실습생들의 열악한 환경이 여실히 드러났다. 2020년 디자인공학 관련 실습을 갔던 학생 A는 “실습비 주지 않는 회사들은 ‘대학생 너넨 내가 경험을 주니까 돈 안 줘도 되지’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2022년 건축 관련 실습을 한 학생 B는 유해한 환경에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B는 “제 책상에서 열선을 쓰는데, 스티로폼을 열선으로 태우면 연기가 올라온다. 본드도 많이 쓴다”며 “제 개인 마스크 쓰거나 그냥 할 때도 있다”고 했다.

2022년부터 영진전문대 소속으로 고숙련 일·학습병행제(P-TECH)를 통해 삼성전자 1차 하청업체 ‘케이엠텍’에서 일한 수현씨(21·가명)의 사례발표도 이어졌다. 수현씨는 일을 시작한 지 약 2년 만에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대응팀은 “현장실습 운영규정이 개정되고 있으나 여전히 실습학기제 현장에서의 인권 침해 사례가 적잖이 발견되고 있다”며 “대학생 현장실습학기제가 현재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제대로 된 현황 파악이 우선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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