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없는 카카오' 준신위, 6개 핵심 협력사부터 준법시스템 고도화

2025-03-18

김범수 창업자 건강상 이유로 경영쇄신위원장 물러나

준신위가 6개 핵심 협력사 준법 경영지표 마련, 평가돌입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는 ‘준법 경영문화’ 중점 관리

카카오모빌리티는 ‘기존 산업과의 갈등관리’에 초점

카카오의 준법·윤리 경영을 지원하는 독립 기구인 준법과 신뢰 위원회(준신위)가 6개 핵심 계열사에 대한 준법 경영 지표를 마련하고 평가에 돌입했다. 준신위는 외부 용역으로 플랫폼 산업과 각 계열사별로 최적화 된 규제 리스크 관리 지표를 제시했다. 김범수 창업자가 건강상 이유로 경영쇄신위원장 직에서 물러난 가운데 준신위가 그룹의 준법 경영을 책임질 시스템을 확립할 지 주목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준신위는 최근 플랫폼 기업의 규제 리스크에 관한 평가 지표 개발을 완료하고 이를 기준으로 6개 협약사의 시스템을 평가할 예정이다. 6개 협약사는 카카오 본사와 함께 카카오게임즈,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뱅크,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페이다.

준신위 관계자는 “평가 지표를 각 계열사에 공유했고 계열사에서 자체적으로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평가는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까지 완료될 것”이라고 밝혔다.

준신위는 이번 평가를 위해 강금석 KAIST 경영공학부 교수, 민대기 이화여대 경영대학 교수, 전성범 동국대 산업시스템공학과 교수에게 '플랫폼 기업의 컴플라이언스 강화를 위해 관리가 필요한 유형 및 관리 방안에 대한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연구진은 연구 과제에서 플랫폼 산업과 카카오 그룹에 최적화 된 규제 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리스크 유형을 구분한 지표를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리스크 유형을 △데이터 및 기술관리 △서비스 관리 △ESG 3개 대분류를 기준으로 11개 소분류로 세분화했고, 최종적으로 16개 유형을 도출했다. 핵심 계열사는 이 유형을 기반으로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평가하고 관리하면 된다.

준신위는 이번 지표를 제시하면서 6개 협약사 별 사업 영역·내부 운영체계 특성을 반영했다.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는 ESG의 기업윤리 중 '준법 경영문화'를 중점 관리가 필요한 유형으로 선정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ESG의 상생 중 '기존 산업과의 갈등관리'가 상대적으로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계열사별 개성을 반영하면서도 일관된 규제 리스크 관리를 위해 세밀하게 지표를 분류했다.

준신위는 카카오가 내부 쇄신과 통제를 위해 만든 준법·윤리경영 지원 기구로 2023년 11월 출범했다. 김소영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한 위원단과 함께 사무국, 전문위원단이 활동하고 있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준신위 설립 초기부터 힘을 실으면서 카카오 그룹 차원의 준법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김 센터장이 건강상 이유로 CA협의체 경영쇄신위원회 활동을 중단한 가운데 준신위가 정교한 준법 경영 시스템 틀을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미 대기업으로 성장한 카카오는 창업자의 부재에도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CA협의체와 함께 독립 감시 기구인 준신위의 역할이 필요한 이유다.

전문가는 카카오가 독립된 준법 경영 감시 기구를 두면서도 계열사별 특성을 반영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카카오는 계열사별로 독립 경영을 하는 새 모델을 제시했지만, 계열사별 독립 경영이 전체 기업의 이익과 이미지를 저해하는 부작용이 있었다”면서 “기존 대기업처럼 '톱 다운'으로 준법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바텀 업'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독립된 기구에서 리스크를 포착하고 관리하는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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