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 재판관 길러낸 ‘어른 김장하’…폭발적 관심에 이례적 재개봉

2025-04-09

“저는 1965년 경남 하동군에서 가난한 농부의 3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습니다. (…) 독지가인 김장하 선생을 만나 대학교 4학년까지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학업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고 사법시험에도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

2019년 4월 국회 인사청문회장. 마이크 앞에 선 문형배 당시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이렇게 말을 시작했다. 이어 그는 “선생은 제게 자유에 기초하여 부를 쌓고 평등을 추구하여 불합리한 차별을 없애며, 박애로 공동체를 튼튼하게 연결하는 것이 가능한 곳이 대한민국이라는 것을 몸소 깨우쳐 주셨다”고 말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이후 문형배 헌법재판소장을 지원한 김장하(81) 선생의 이야기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선생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가 이달 재개봉해 극장에서 관객을 만난다.

9일 배급사 시네마달은 전국 CGV와 독립영화 상영관에서 ‘어른 김장하’를 재개봉한다고 밝혔다.

김장하 선생은 경남 진주에서 60년간 한약방을 운영하며 문 재판관을 비롯해 1000명 넘는 학생에게 장학금을 수여했다. 선생의 도움으로 많은 학생이 공부할 수 있었고,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여성과 아이들을 위한 쉼터가 세워졌지만 그는 늘 언론의 관심을 사양했다.

그의 이야기는 2022년 말 ‘어른 김장하’(연출 김현지)라는 제목의 경남MBC 다큐멘터리로 방영돼 화제가 됐다. 이듬해 4월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교양작품상을 수상했고, 그해 11월 영화관에서 개봉해 약 3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영화엔 문 재판관이 선생과의 일화를 언급하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나온다.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선생님께 고맙다고 인사를 갔더니, ‘내게 고마워할 필요는 없다. 나는 이 사회에 있는 것을 너에게 주었을 뿐이니 혹시 갚아야 된다고 생각하면 이 사회에 갚아라’ 하였습니다. 제가 (사회에) 조금의 기여를 한 게 있다면 그 말씀을 잊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2019년 1월 김장하 선생 생일 축하 행사)

탄핵 선고 이후 이 장면을 담은 클립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폭발적으로 재생산됐다. 시네마달 관계자는 “한국 독립영화가 1년6개월 만에 재개봉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대중의 열띤 반응에 힘입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규희 기자 l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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