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인 이상용의 별세 소식이 전해진 9일 함께 방송과 무대를 꾸렸던 동료들이 깊은 슬픔을 드러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그와 오랜 인연을 맺은 주철환 전 MBC PD, 개그맨 엄영수, 가수 현숙, 진성은 각자의 기억을 꺼내며 고인을 기렸다.
MBC '우정의 무대'를 함께한 주철환 전 PD는 "워낙에 건강 관리를 잘하셔서 100세까지 사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황망하다는 말밖에는 나오지 않네요"라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이상용은) 술 담배도 하지 않고 철저하게 건강을 관리하고 다부진 몸으로도 유명한 분이었다"고 말했다. 또 "'우정의 무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일단 군부대에 가면 무대를 장악하셨던 분이었다"며 "아마 '군대' 하면 떠오르는 사회자가 누구냐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이 '뽀빠이 이상용'이라고 말할 것"이라고 회고했다.
엄영수 전 방송코미디언협회장은 고인의 유쾌한 면모와 건강함을 기억했다. 그는 "예전에 방송에서 큰 얼음덩어리 위에서 누가 오래 버티는지 게임을 했는데 뽀빠이 형님이 1등이었다"며 "원체 건강하셨던 분"이라고 말했다.
또한 "작년에 뵙고 식사했을 때 혈당 수치가 높아져서 발이 아파 걷는 걸 힘들어하셨지만, 그때도 유머 감각이나 기억력 모두 건재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고인의 무대 위 유일무이한 존재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미리 짜놓은 연극이나 콩트를 하는 대부분의 코미디언과 다르게 형님은 혼자 무대에 올라 진행하고 웃음을 주는 분이었다"고 회상하며 "형님이 집에 유머를 메모해 놓은 공책만 수백권이 있다고 해서 제가 '그것 좀 복사해달라'고 조르면 '내가 늙어서 활동 못 하게 되면 주겠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엄영수는 고인의 따뜻한 마음도 강조했다. "몇 번인가 형님이 후배들, 코미디언협회 임원들하고 식사하라면서 봉투에 돈을 넣어 건네신 일이 있다"며 "바빠서 함께하지 못할 때도 후배들을 챙기신 것"이라고 밝혔다.
가수 현숙은 "늘 활력이 넘치고 건강에 자부심이 대단한 분이라 30년은 더 사실 줄 알았는데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그녀는 위문 공연 현장을 함께한 기억도 꺼냈다. "항상 가수들 대기실에 와서 웃긴 이야기를 해주고, 가수들이 최고의 기분으로 노래할 수 있도록 기를 살려주시던 모습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또한 개인적인 인연도 전했다. "제가 차 전복 사고로 병원에 입원한 일이 있는데, 선생님이 새벽 5시에 병문안을 오셨던 기억이 난다"며 "제가 힘들고 급한 일을 당했을 때 제일 먼저 나타나신 분이었다"고 말했다.
가수 진성 역시 고인을 잊지 못했다. 그는 "체력이 좋으셔서 100세까지는 사실 줄 알았는데 가슴이 아프다"고 밝혔다.
위문 공연에서의 고인의 격려를 기억하며 "무명 때일수록 위문 공연을 다녀야 한다고 자주 용기를 주시고, 선생님(이상용)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저를 불러주시기도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