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여천NCC 대여금 출자전환…원료공급 계약도 연내 체결

2025-11-13

여천NCC의 공동 주주인 DL케미칼과 한화솔루션이 최대 3000억 원 규모의 대여금을 연내 출자 전환하기로 했다. 여천NCC로부터 받는 원료 공급 가격에 대한 협상도 다음 달까지 최종 확정한다.

13일 금융계에 따르면 DL과 한화 측은 이 같은 내용의 여천NCC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양 사 간 협의에 관여한 재계 고위 관계자는 “재무구조가 안정화되지 않으면 여천NCC 발행 채권을 조기에 상환해야 하는 트리거 조항이 있어 연내 출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원료 공급 계약과 관련해서는 늦어도 다음 달까지 실효성 있는 계약을 맺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DL과 한화는 여천NCC의 운영자금 결제를 위해 각각 1500억 원 규모의 긴급 자금을 대여했다. 당장 결제 기한이 돌아온 운영 자금을 메우기 위한 목적이었지만 증자가 아닌 대여 형식으로 자금 지원이 이뤄지면서 재무구조는 되레 악화했다. 실제로 여천NCC의 부채비율은 6월 말 현재 338.04%에서 최근 380% 수준으로 뛰었다.

문제는 여천NCC의 일부 공모 회사채의 사채 관리 계약 조항에 부채비율을 400% 이내로 관리해야 한다는 특약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이 조항을 지키지 못하면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해 회사채 조기 상환 위험이 불거질 수 있다. 구체적으로 내년 3월 만기가 돌아오는 73-2회 공모 회사채를 포함해 2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에 관련 특약이 포함돼 있다. 부채비율이 분기 말 기준으로 확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늦어도 올 4분기 재무제표를 공시하기 전까지는 부채비율을 안정권으로 끌어내려야 한다.

DL과 한화는 그동안 난항을 겪은 원료 공급 가격 협상과 관련해서는 외부 컨설팅 기업에 용역을 맡겨 적정 가격을 산정하기로 했다. 양 사는 컨설팅 결과를 수용해 연내 최종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원료 공급 가격 계약은 여천NCC의 원가 구조와 수익성을 좌우하는 핵심 계약이다. 여천NCC는 DL과 한화에 연간 2조 5000억 원 규모의 에틸렌과 프로필렌 같은 석유화학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기존 계약이 지난해 말 만료돼 단가를 재산정해야 하지만 양대 주주가 서로 “저가로 물량을 공급받아 여천NCC의 수익성이 악화했다”고 주장해 1년 가까이 논의에 진척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 여천NCC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주축으로 채권단이 협상을 서둘러 마무리할 것을 주문하면서 협상에 속도가 나고 있다. 산은은 DL과 한화에 “양 사 간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니 에틸렌 적정가 산정을 제3자에게 맡겨 해결하라”는 취지의 지침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협상 지연으로 여천NCC의 현금 흐름이 불투명해지면 출자 전환이 이뤄지더라도 신용등급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는 만큼 산은이 압박 수위를 높인 것이라는 얘기가 새어나온다. 여천NCC의 신용등급은 ‘A-(부정적)’로 추가 강등이 이뤄지면 A급 지위를 잃게 된다. 여천NCC 채권단 관계자는 “양 사가 외부 컨설팅 계약을 조만간 체결해 이견을 정리하겠다고 산은에 답한 것으로 안다”면서 “채권단과의 신뢰가 걸린 문제라 DL과 한화 어느 쪽이든 컨설팅 결과에 반발하거나 계약을 미루긴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채권단 내에서는 여천NCC 재무구조가 더 악화하는 일은 막게 됐지만 대주주의 고통 분담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시각이 많다. 구조조정 대상에 오른 산업단지 가운데 여천NCC가 있는 여수 산단의 사업 재편 논의가 가장 더디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부총리와 금융 당국이 수차례 경고성 발언을 내놓고 있지만 재계가 민첩하게 움직이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본지 9월 10일자 1·3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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