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한국인 맞춤'·'경구용' 키워드로 신약 출시 도전

2025-05-27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비만 치료제 개발에 한창이다. 주사제로 이뤄진 현재 시장 선두 제품을 넘어 먹는 형태인 '경구용'부터 '한국인 맞춤형' 등 차별화된 상품을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 HK이노엔, 인벤티지랩 등의 기업들이 비만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들이 제시한 키워드는 '한국인(동양인) 맞춤형'과 '경구용' 두 가지로 나뉜다.

가장 개발 속도가 빠른 곳은 한미약품이다. 한미약품은 GLP-1 계열의 장기지속형 주사제 형태인 '에페글레나타이드'를 개발 중이다. 한국형 비만치료제를 목표로 임상 3상 진행 중이며, 출시 목표는 내년 4분기다.

한미약품 측에 따르면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회사의 독자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를 적용해 약물이 서서히 방출되도록 설계해 위장관계 부작용을 개선했다. 아울러 디지털치료제 개발사 베이글랩스와 협업해 에페글레나타이드를 디지털 융합 의약품으로 만드는 방안 또한 고민 중이다.

오는 하반기 임상 1상 IND를 신청할 예정이며, 환자 맞춤형 식이 및 운동요법 등 비만 관리 방법을 함께 제공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이외에도 근손실 최소화를 노리는 HM15275, 근육 증가 및 체중 감량을 목적으로 한 HM17321 등의 비만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HK이노엔도 한국인에 초점 맞춰 국내 비만 시장 타깃에 나선다. 회사가 개발 중인 비만치료제는 IN-B00009로, 임상 3상 단계인 GLP-1 계열의 주 1회 주사제형 약물이다. IN-B00009의 특징은 HK이노엔이 지난해 중국 바이오기업 사이윈드 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도입했다는 점이다. 빠른 시장 진입을 위해 초기부터 직접 개발하는 방식이 아닌 임상 중인 물질의 도입을 택한 것이다.

또 HK이노엔은 주사제 외에도 사이윈드가 개발 중인 경구제, 복합제에 대한 우선협상권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관련 의약품의 연속적인 출시를 노려볼 수 있다는 것도 HK이노엔만의 차별점으로 작용한다. 아울러 HK이노엔 측은 회사가 후발주자에 속하기 때문에 기존 약제 대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중국 완제 수입 및 국내 생산)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장기지속형 주사제 및 약물 전달 플랫폼 기업으로 잘 알려진 인벤티지랩도 경구용 비만치료제(IVL3027)를 연구 중이다. IVL3027은 펩타이드 GLP-1 계열의 약물로, 주 1회 투여하는 형태로 개발할 계획이다.

인벤티지랩 측이 발표한 동물실험(비글견) 결과에 따르면 IVL3027의 흡수율은 노보노디스크의 GLP-1 경구형 당뇨치료제 '리벨서스' 대비 73배 높은 수준이다. GLP-1 계열 중 경구용으로 허가받은 의약품은 리벨서스가 유일한 상황에서 인벤티지랩은 리벨서스 대비 높은 흡수율과 주 1회 복용을 장점으로 내세우겠다는 계획이다. 인벤티지랩은 이미 주사제 형태 비만치료제(IVL3021·유한양행과 공동 개발)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경구용으로 파이프라인을 확대하며 비만치료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비만 치료제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이유로는 해당 시장의 전망이 밝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아이큐비아 기준 1분기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는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긴 1086억원을 기록했으며, 같은 기간 위고비 매출 또한 전년 동기 대비 83% 증가한 173억6000만 덴마크 크로네(약 2조3600억원)로 집계됐다.

또 시장을 이끄는 비만치료제가 주사제인 만큼 경구용 시장은 아직 블루오션에 속하는 점도 후발주자인 국내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에 뛰어든 이유 중 하나로 작용한다. 경구용 시장은 최근 노보노디스크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위고비의 경구형 신약허가신청을 해 GLP-1 계열 최초의 경구용 비만치료제를 노리고 있으며, 일라이 릴리도 승인 도전을 계획하는 등 초기 단계의 시장이다. 따라서 업계는 후발주자들도 차별화 전략을 제시한다면 충분히 시장을 따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여러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비만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그만큼 시장도 커지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다만 주사제 형태는 반감기를 늘리거나 경구용으로 개발하는 등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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