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아침] 산비둘기(2)

2024-10-27

애완동물이란 말이 점점 사라지고 반려동물이란 표현은 쓴다. 애완동물은 가지고 노는 “ 장난감 ” 이라는 뜻이 강해서 가족처럼 아끼고 함께 살아가는 동물이라는 뜻으로 반려동물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을 좋아한다. 식물에도 반려라는 말을 붙인다. 사람이 아닌 동식물을 함께 살아가는 대상으로 여기기 때문에 사용하는 말이다. 동식물을 소중히 다루는 좋은 모습이지만, 1인가구가 늘고 사람의 마음을 기꺼이 나눌 사람이 적기 때문에 동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반려”라는 말을 붙이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사람과 달리 마음과 행동을 주는 것에 비례해서 되돌아오는 기쁨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홍희에겐 산비둘기가 반려동물이었다. 함께 자신의 시간과 마음을 나누며 살아가는 대상이었다. 부모님은 농사일로 바쁘셔서 집에 오면 늘 텅 비어있었다. 우리집만이 아니라 부모님이 일을 할 시기에는 온 마을 어른들도 일을 하러 밭과 논넹 가 있었기 때문에 마을이 비어있었다고 해야할 것이다. 할머니가 살아계실 때에는 홍희를 반겨주었다. 텅 빈 마을에 할머니는 큰 거인처럼 마을을 지키고 집을 지키고 홍희를 지켜 주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집은 늘 비었다. 빈 집에 들어서면 작은 집이 너무 크게 느껴졌다. 그만큼 홍희는 작아졌다. 아무도 없는 집 방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그 안에는 역시나 사람이 없을 것이다. 할머니도, 부모님도, 오빠도, 친구도 없었다. 홍희는 마당을 들어서면서 자신이 발이 땅에서 떨어지고 공중으로 붕 떠오르는 착각을 느낀다. 머리가 멍해지고 시야가 뿌옇게 변해 눈을 감게 된다. 어지럽다. 이렇게 하늘로 올라가 둥둥 떠 다니는 것은 아닌가, 현실세계에 있지 않고 어디론가 가버리는 것은 아닌가, 외계인이 우주선을 타고 와서 자신을 끌어올리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블랙홀이 마당 한 가운데 있어서 빨려 들어가는 것은 아닐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넘어질 것 같아 정신이 차려보면 발은 여전히 마당에 붙어 있었다. 홍희 혼자 빈 집에 우두커니 서 있었을 쁜이다.

산비둘기를 키운 후에는 집에 가는 길이 외롭지 않았다. 자신을 기다리고 반겨주는 대상이 있기 때문이다. 산비둘기는 홍희를 보면 반갑다고 날개를 파닥파닥거렸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텅 비었던 집에 온기가 돌고 북적거렸다. 산비둘기 한 마리로 말이다.

산비둘기는 홍희의 마음이 풍요로워질수록 잘 자랐다. 더 크면 산비둘기가 날 것이고, 그 때가 되면 다시 산으로 날아가도록 보내주어야하지 않을까 걱정을 했지만 쑥쑥 자라서 어서 빨리 날기를 바랬다, 우리가 좁아 답답할 것 같아서 우리밖으로 꺼내놓으면 깡충깡충 뛰어다녔다. 산비둘기가 뛰어다니면 홍희가 그 뒤를 ㅤㅉㅗㅈ아다녔다. 웃음이 마당을 가득 채웠다. 할머니가 살아계셨다면 홍희와 산비둘기가 같이 뛰는 모습을 보며 마루에 앉아서 인자한 웃음을 지으셨을 것이다. 따사롭고 화창한 봄날이었다. 홍희는 행복했다. 외롭지가 않았다. 집에 오는 것이 즐거웠다.

어느날, 산비둘기는 마당을 뛰어다니다가 커다란 구멍을 발견하고 들어갔다. 거기가 큰 새둥지 같았을까. 동굴 같았을까. 산비둘기가 들어간 곳은 시커먼 연기가 입구 테두리를 까맣게 그을음을 만든 ‘부석’ 즉 아궁이였다. 아궁이는 온돌방을 데우기 위해서 불을 때는 곳이다. 아궁이부터 방전체까지 미로처럼 구멍이 있다. 불길이 안으로 들어가 구들장을 데우면 방이 따뜻해진다. 깊은 미로속으로 산비둘기가 들어갔다. 처음에는 그곳에 들어간 것이 웃겨서 한참을 웃었다. 그러다가 곧 나오겠지 하고 기다렸다. 당연히 나올 줄 알았다. 안쪽은 어둡고 시커먼 재가 숨이 막히게 할 것이었다. 그러니 다시 밝은 해가 비치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바깥으로 나오고 싶어질 것이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렸다. 밖에서 나오라고 부르기도 했다. 처음에는 성의없이 점점 애타는 목소리로, 나중에는 울먹이듯이 불렀으나 산비둘기는 그 길로 계속 갔는지, 다시 홍희에게 돌아오기가 싫다는 듯이 되돌아 나오지 않았다.

홍희는 산비둘기가 들어간 아궁이 입구에 앉아서 시커먼 구멍속만만 바라보았다. 나오면 반갑게 맞이하리라. 다시 아무데도 멀리 가지 못하도록 발에 끈을 묶어놓으리라, 설마 자기를 버리고 갈 것이라고 생각조차 하지 못해 끈을 떼어 버린 자신을 원망하면서. 입구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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