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항공산업의 지형도가 바뀌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정을 내린 지 4년여 만이다.
대한항공은 1조5000억원을 투입해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하는 절차를 최근 마무리했다. 사실상 ‘통합 대한항공’의 발걸음이 시작된 셈이다.
2019년 국제여객 수송 실적 기준으로 세계 18위인 대한항공과 32위인 아시아나항공이 합쳐지면 세계 10위권의 대형 글로벌 항공사로 거듭난다. 이에 따라 국내 항공산업 재편이 가속화되고 양사 결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항공은 원가 상승, 외국 항공사들과의 과다 경쟁, 국내 운송시장 포화 등으로 촉발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했다. 무엇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국내 항공업계의 동반성장이 기대된다고 대한항공은 강조했다.
그동안 다른 허브공항에 비해 인천국제공항의 국적 항공사 슬롯 점유율은 크게 부족했다. 충분한 환승 수요를 유치하기에 어려움을 겪은 것이다. 하지만 통합 항공사의 인천공항 슬롯은 단순 계산으로 40% 수준까지 늘어날 수 있다. 슬롯이 확대되면 항공편의 스케줄을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다. 즉 항공사는 스케줄 다변화로 환승 수요를 늘릴 수 있고, 공항 또한 이에 따른 환승객 유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셈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허브공항에서의 환승객 수요 확대로 시장의 파이가 커지면서 다른 국적 항공사들도 이러한 시너지를 함께 누릴 수 있고, 국내 항공산업 생태계의 동반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양사가 운영하는 국제선 노선 중 약 50개가 중첩되고 시간대도 비슷하다. 이에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통합에 따라 중복노선의 운항시간대를 분산 배치하면 소비자의 스케줄 선택의 폭이 늘어나고 해외에서 출발하는 환승 스케줄도 다양해진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스케줄 통합에 따른 항공기 운영 효율성을 높이면 기존 대비 10%가량 운영 기재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대한항공은 보고 있다.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기재만으로도 노선 운영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정비부품, 조업, 항공유, 기내식, 객실용품, 임차시설 등의 공동 구매 및 계약을 통해 비용 절감도 가능하다.
항공업계에선 양사 통합 후 수익 창출과 비용 절감 등 시너지 효과가 연간 3000억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통합 대한항공은 이를 토대로 기재, 안전, 서비스 등에 투자를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앞으로 2년간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두면서 화학적 결합을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대한항공은 강조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를 통해 항공 관련 유관산업의 일자리까지 지킬 수 있는 안정적 성장의 기반을 만들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