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청년일보 】 금융당국이 일부 생명보험사들의 신용정보법 위반사항을 적발한지 오랜 시일이 경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차일피일 제재를 미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양생명을 비롯해 라이나생명, 신한라이프 등 이들 생명보험사의 신용정보법 위반 정황이 드러난 이후 무려 3년가량이 지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여태 이들 보험사에 대한 아무런 후속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어 사안의 귀추에 적잖은 관심이 쏠린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2021년 개정된 신용정보법에 따라 보험사 전체 매출액의 최대 3%라는 비교적 높은 액수의 과징금이 부과된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이 제재 수위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앞서 신용정보법을 위반한 것으로 적발된 동양생명(2022년)과 라이나생명 및 신한라이프(2023년) 등 생명보험사들에 대해 이와 관련한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조사에 따르면 이들 생명보험사들은 각사가 보유한 개인신용정보를 판매 자회사(동양생명금융서비스 등)에 무단으로 넘긴 정황이 드러났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신용정보법을 위반한 보험사의 경우, 자사 보험상품에 가입하고자 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수집한 개인정보를 자회사 GA(법인보험대리점) 등에서도 보험 가입을 하게끔 안내하며 이를 활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서는 신용정보법 위반 사항을 적발한 후 이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법리 검토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제재 절차는 아직까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현행 신용정보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신용정보법) 위반 시 이를 소관하는 부처는 금융감독원이다. 다만 조사 도중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소지가 발견된다면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조사 및 제재에 착수하게 된다.
동양생명 및 라이나생명 관계자는 “후속 절차와 관련해 아직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구체적으로 통보받은 바는 없다”고 밝혔다.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제재 절차가 교착 상태에 놓인 이유로서 금융당국이 보험사에 과도한 과징금이 매겨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행 신용정보법에 따르면 신용정보이용·제공자(보험사)가 개인신용정보를 신용정보주체(고객)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제공한 경우, 또는 당초 제공받은 목적 외의 다른 목적으로 개인신용정보를 이용한 경우 과징금 등 제재를 부과받는다.
이러한 경우 2021년 개정된 신용정보법에 따라 전체 매출액의 최대 3% 수준의 과징금이 부과된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이 제재 수위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칫 이른바 과징금 폭탄을 맞은 보험사들이 막대한 재정 부담 및 건전성 악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신용정보법상 과징금이 보험사 전체 매출의 최대 3%로 개정됐다"며 "이를 적용하면 규모가 큰 보험사의 경우는 조 단위의 과징금을 부과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험사 전체 매출을 수입보험료 정도로 감안해도 규모가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현재 규정을 적용할 시 과징금 액수가 워낙 크다 보니 자칫 보험사 재정이 흔들릴 가능성도 있어 감독당국에서 고민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신용정보법 위반 경중에 비해 과징금이 너무 커진 상황이라 금융감독원이 제재수위를 놓고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 생명보험사들은 현재 소명 자료를 여러 차례 제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동양생명 및 라이나생명, 신한라이프의 지난해 말 기준 전체 매출액(수입보험료) 규모는 각각 약 4조7천억원, 3조2천억원, 6조9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즉 신용정보법 위반으로 전체 매출액의 최대 3%에 달하는 과징금이 부과된다면, 이들 보험사는 각각 1천425억원, 962억원, 2천95억원가량을 내놔야 한다.

실제 신용정보법을 위반한 핀테크사들 역시 높은 액수의 과징금을 부과받으며 세간의 이목을 끈 바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카카오페이의 신용정보법 위반 행위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카카오페이에 150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는 지난 2018년 4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4천45만명의 개인정보를 이용자의 동의 없이 알리페이에 제공했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 결과와 카카오페이의 소명 자료 등을 검토한 후 카카오페이에 대한 최종 제재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이하 토스) 또한 지난해 신용정보법 등 위반으로 과징금 53억7천만원과 과태료 6억3천만원을 부과받았다.
금융감독원에 의하면 토스는 2021년 11월에서 2022년 4월에 걸쳐 한 전자영수증 솔루션 업체로부터 제공받은 거래정보 2천928만여 건을 동의 없이 사업성 분석 목적으로 이용했다.
또한 토스 회원 가입시 개인신용정보 수집 과정에서 선택적 동의사항을 ‘필수적 동의사항’으로 표시해 463만여 명의 개인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동양생명을 비롯해 라이나생명, 신한라이프 등 이들 생명보험사들의 신용정보법 위반에 대해 제재는 진행한다고 하면서도 다소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제재부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힐 사항이 없는 점에 대해 양해 부탁한다"며 "법 위반 사실을 이미 적발한 만큼 적절한 조치는 조만간 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 청년일보= 김두환 / 신정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