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 의한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

2025-02-19

문민정부부터 시작된 사법제도 개혁은 참여정부에 이르러 법조·법학계 이외에 행정부·언론계·경제계·노동계·시민단체·여성계 등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21명의 위원으로 사법개혁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로스쿨에서의 법조인 대량양성,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 구속영장실질심사제, 군사법원의 독립과 중립, 검경수사권 분리, 법조일원화 등 국민주권주의 하에서 사법기본권을 보장받게 하였다. 노무현 대통령은 ‘검사와의 대화’를 가지는 등 기득권의 저항을 막아가면서 선진국에서 수백 년 이상 시민들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사법 시스템을 도입하였다.

이해관계자 배제된 사법개혁

계엄 유혈사태 막는 데는 기여

의료인은 의대 정원 이해당사자

수급추계위 3분의 1 안 넘어야

연간 300명 선발에 그쳐 특권화되었던 3000여명의 변호사는 사법시험 정원확대와 로스쿨 도입으로 3만 명을 넘어 대중화되었다. 법정에서나 볼 수 있던 변호사들이 관공서·공공기관은 물론 각 금융기관·기업체·언론사·병원 등 주위에 널리 퍼져 국민은 보다 쉽게 법률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최근 12·3 비상계엄령 시 방첩사령관이 부정선거에 대한 증거를 수집하겠다면서 선거관리위원회의 서버를 압수하려고 하자 법무관들이 위법이라며 말렸고, 특전사령관이 무기를 사용하려고 하자 법무실장이 계엄사령관의 지시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하여 자칫 국회 앞 시민들이 5·18 광주민주항쟁에서처럼 무참하게 살상당할 위기를 막았다.

지난달 9일 국방부 군사법원은 항명죄로 기소된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는 사법개혁추진위원회에서 군 형사소송법을 개선하여 군사법원과 군법무관의 독립성을 보장하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과거 군사령관·사단장이 군사재판을 지휘하는 군법회의 제도하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사건들이다. 이해 관계자들을 배제하고 주권자인 국민이 참여한 사법개혁추진위원회의 사법개혁 결과 우리 사회가 2025년 권위주의로의 회귀를 막았고, 작게는 국회를 지키던 시민의 생명과 해병대 수사단장의 인신을 보호하였다.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정책에 대한 반발로 전공의가 집단사직하였고 휴학한 의과대학생들이 복학신청을 미루고 있어 일부 언론에서는 의료대란, 나아가 의료붕괴를 우려하고 있다. 의료대란은 의사, 특히 공공의료기관에 근무할 의사가 부족할 때 발생하고, 의사 양성을 미룰 때 의료붕괴가 현실화 될 수 있다. 역설적이지만 지금이 의사를 대량양성해야 하는 적기이다. 전공의 집단사직은 대학병원으로 몰리던 환자들을 1·2차 의료기관으로 분산시켜 의료전달체계를 바로 잡는 순작용을 하였다. 대학병원 의사직 겸임으로 하루에도 수십 명 이상의 환자를 진료해야 했던 의과대학 교수들은 이제 학자 본연의 의학연구에 전념하고, 의과대학생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양질의 의학교육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럼에도 일부에서 의과대학 증원에 대해 의학교육과 의료의 질 저하, 고급인력의 의과대학 집중화로 인한 공과대학의 기피 현상, 기존 의과대학생과 전공의 복귀명분 부여 등을 들며 감축을 주장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14일 보건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를 설치하여 필요한 보건의료인력을 추계하여 입학정원을 정하자며 보건의료기본법·보건의료인력지원법 개정안을 발의, 공청회를 열었다. 법안은 안정적이고 과학적인 수급 추계를 한다는 명분 하에 보건의료인 중심으로 위원회를 구성하자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이는 집단이익을 대변할 구조적 위험이 있고, 이해충돌방지법 도입 취지에도 반한다. 보건의료인은 원시시대부터 존재한 가장 오래된 직업이다. 운전면허 발급 수를 매년 일정하게 정하자는 것이 어불성설인 것처럼 보건의료인의 정원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은 객관적 근거가 없다. 과거 사법시험에서 합격 정원을 규제한 이유는 판사와 검사정원법에 따라 국가공무원으로 선발하여야 할 인원이 한정되었기 때문이다. 의과대학 입학정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공공기관에 근무할 의사를 양성하는 지방자치의과대학·국군의무사관학교·산업재해의과대학 등 공공 의과대학에 한하여 법제화하여 의료의 공공성을 확보하여야 한다. 민간 의과대학 입학정원은 자율에 맡기되, 추계하는 경우 임상의사 이외에 연구기관·제약사·변호사·기자 등 비임상분야에 종사할 의료인력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의학과 의술의 발전을 위해 의학을 가르칠 의과대학 입학정원은 교육부장관이, 의료기술을 연마시킬 전공의 정원은 보건복지부장관이 결정하도록 이원화하여야 한다.

보건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는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제도로 구성, 운영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이해관계자인 보건의료인은 의결권에서 배제되거나 3분의 1을 넘지 말도록 하여야 한다. 국민주권주의에 반하는 보건의료기본법 등의 개정은 국민으로부터 지지받지 못하는 악법이다.

신현호 법률사무소 해울 대표변호사·법학박사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