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공연과 지역의 ‘숨결’이 만든 서사...이해원무용단 아움이 풀어낸 ‘단오장’

2025-12-01

 3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 이해원무용단 아움의 ‘단오장’은 화려한 장치 대신 고요한 파문으로 객석을 감싸 안았다. 국립무형유산원 대공연장 얼쑤마루의 낮은 조명처럼, 감정을 과장하지 않았고, 그 틈을 채운 것은 무용수의 호흡과 관객의 숨소리였다. 무대가 어둠에 잠기자 춤은 보이는 대상에서 공명의 현장으로 이동했다. 객석은 춤을 듣고, 느끼며, 몸의 진동이 퍼져 나가는 순간을 함께 통과했다.

 지난달 28일 선보여진 ‘단오장’은 전통 의례에서 출발했지만, 단오를 옮긴 무대가 아니라 단오를 다시 읽는 무대였다. 이해원 예술감독이 재공연을 올리면서 고민한 조화, 순응, 해방, 지혜, 연대와 같은 키워드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었다. 우리 모두가 아는 일상의 감정처럼 부드럽게 스며들었다.

 무대 위 전통춤은 과거를 비추는 거울이라기 보다는 오늘의 표정으로 다시 쓰인 춤의 문법이 되었다. 동초수건춤에 바친 동작의 여백은 전주의 바람처럼 유연했고, 바라춤의 파장은 잔잔하지만 뚜렷했다. 강강수월래를 변주한 장면은 공동체의 기억을 소환했으나 복원이나 재현에 머물지 않았다.

 특히 3년 전 초연에서 영상과 무대미술로 시선을 사로잡았다면, 이번 공연은 과감한 시각의 절제를 택했다. 덜어낸 선택은 춤의 선과 리듬을 더 또렷하게 만들었고, 조명은 동작을 따라 흐르며 감정의 온도를 은근히 숙성시켰다. 덜어냈더니 더 선명해졌고, 담백한 몸의 언어를 마주할 수 있었다.

 작품의 상징도 안무의 언어가 되었다. 농악의 부포놀음에서 영감을 얻은 연꽃 축원 장면, 창포색의 의상과 비녀 모티프, 누룩꽃과 발효를 비유로 끌어올린 유기그릇 등은 기다림의 시간과 감정의 숙성을 춤의 결로 담아내는데 손색 없는 장치였다. 이 같은 상징들은 배경이 아니라 동작과 감정의 구조를 완성하는 안무적 문장이 되었다.

 끝내 작품을 완성한 것은 절제의 태도였다. 바닥을 천천히 짚고 훑는 동작, 손으로 하늘을 가볍게 짚는 동작은 느리지만 흔들림이 없었다. 높아지기보다 중심을 지키며 오래 머무는 방식으로 여인들의 삶의 무게에 작은 위로와 빛을 선사했다.  

 남성 무용수들의 음양 균형을 탐한 군무는 작품의 고민을 선명히 드러낸 대목이었다. 일부 순간에서 에너지의 밀도와 방향이 조금 더 정돈되었다면 작품 전체 흐름에 더 자연스럽게 스며들었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남았지만, 이는 흐름을 방해한 균열이 아니라 다음 무대를 더 깊게 확장할 여지를 남긴 장면이었다.

 이번 재공연이 더 특별했던 이유는 전주문화재단의 레퍼토리 작품 지원 덕분에 다시 무대에 설 수 있었다는 점이다. 예술 지원이란 ‘새로운 탄생’만을 돕는 것이 아니라, 좋은 작품이 시간이 흘러도 다시 걷고 다듬어져 관객과 이어지는 길을 돕는 일임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시간을 건너 다시 관객 앞에 설 수 있게 돕는 ‘이어달리기’ 같은 일임을 깨우쳐 주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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