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보험사와 연기금의 자산 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축적된 자산을 활용해 소규모 창업 기업 또는 혁신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장기 투자자로서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진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9일 "보험사와 연기금은 업종 특성상 고객의 보험료와 저축을 긴 시간에 걸쳐 관리하므로 장기 투자 수익 실현과 동시에 기업 성장 및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했다"며 "혁신기업들이 성장을 위해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보험사와 연기금이 투자자로서 창업 기업 성장 및 혁신을 촉진하는 역할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유럽연합(EU) 국가들은 혁신기업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보험사와 연기금의 투자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EU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비교해 혁신기업에 투자되는 금액이 적고 그 격차가 시간이 지날수록 확대되며 10년차 기업 기준 EU 혁신기업은 샌프란시스코 혁신기업에 비해 절반 미만의 투자 금액을 지원받고 있다.
혁신기업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보험사와 연기금의 투자자로서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 국가들은 보험사와 연기금이 혁신기업에 투자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유럽투자기금(EIF)은 2017년에 보험사와 연기금이 혁신기업에 투자하는 '자산관리 엄브렐라 기금(AMUF)'을 도입한 바 있다.
EIF는 AMUF를 통해 자국 혁신기업에만 투자하던 보험사와 연기금이 타 유럽 국가에도 투자하도록 유도했다.
이 밖에 유럽 국가들은 제도 정비를 통해 연기금이 혁신기업에 더 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보험사와 연기금이 기업 혁신 지원과 경제성장 효과를 실현할 수 있도록 여러 제도 변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소규모 창업 기업에 관한 정책은 아직 도입 단계이다.
최근 정부는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 가이드라인을 개정하였는데 여기에는 보험사와 연기금이 자신들이 투자한 기업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하는지 점검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이번 개정을 통해 보험사와 연기금은 자신들이 투자한 기업이 '밸류업(Value-up)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독려할 수 있는 구체적인 근거가 마련됐다.
연기금이 주주로서 자신들이 투자한 기업의 가치가 제고되는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면 고객의 저축액 증대 목적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기업 혁신과 경제성장 효과를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는 지난해 연기금의 벤처 펀드 출자 확대를 유도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벤처투자조합 출자 경험이 없는 연기금 등을 위한 펀드를 조성하고 참여를 독려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이다.
한 연구위원은 "국내 보험사와 연기금의 소규모 창업 기업 투자를 도모하는 정책들은 아직 도입 단계"라며 "과도한 시장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정부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어 "혁신기업 투자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프랑스처럼 정부가 우량 벤처 캐피털 기금을 선정하여 안정성을 보강하거나 영국처럼 시장위험을 소비자가 부담하는 DC형 퇴직연금에 벤처투자를 허용하는 방식을 참고하면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