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수의 퀀텀점프] 이제 한국도 쓴다…양자컴 제대로 알기 <1>

2025-02-21

양자컴퓨터 시대가 왔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구글·IBM 같은 글로벌 대기업만의 얘기가 아닙니다. 정부는 다음 달 12일 국가 양자정책 컨트롤타워인 ‘양자전략위원회’를 출범하고 첫 회의 안건으로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개발한 20큐비트 양자컴퓨터의 클라우드 서비스 시연을 보고받을 예정입니다. 원하는 기업·기관은 클라우드로 이 양자컴퓨터를 빌려쓸 수 있습니다. 국산 양자컴퓨터가 처음으로 상용화하는 것이죠.

물론 글로벌 수준을 따라가려면 아직 갈 길이 멉니다. 20큐비트의 한국에 비해 해외 경쟁자들은 이미 수백, 수천 큐비트로 양적으로 앞서갈 뿐 아니라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일 신기술 개발로 질적 성장도 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치 AI 경쟁 양상이 단지 파라미터(매개변수)라는 모델 규모를 넘어 추론형 모델 개발 같은 신기술 개발로 넘어간 것처럼요.

일례로 20일(현지시간) MS가 공개한 양자컴퓨터 칩 ‘마요라나1’은 세계 최초로 ‘토포컨덕터(위상초전도체)’라는 신소재를 사용해 계산에 필요한 양자 상태를 더 잘 유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계산 오류를 크게 줄이고 칩 하나에 100만 큐비트를 담을 수 있다는 설명이죠. 지난해 12월 구글도 신형 양자 칩 ‘윌로’가 큐비트 수를 늘려도 계산 오류율은 낮추는 ‘오류 정정’ 문제를 세계 최초로 해결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두 빅테크는 이미 양자컴퓨터의 계산 정확도를 두고 우위를 다투는 셈입니다.

중국 역시 윌로 직후 공개한 ‘주총즈 3.0’이 현존 최강의 슈퍼컴퓨터 ‘프런티어’를 뛰어넘는다고 과시했습니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안톤 차일링거의 제자이자 세계 최초 양자통신위성 ‘묵자호’ 개발의 주역인 판젠웨이가 주도한 만큼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주장입니다. 아이온큐 같은 또다른 경쟁자들은 ‘이온트랩’ 같은 독자적 방식을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이에 맞서 한국은 2032년까지 1000큐비트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고 그 사이 수천억 원의 예산을 들여 산업 생태계도 키운다고 하니 앞으로의 경쟁 양상을 두고볼 일입니다.

흔히 양자컴퓨터를 두고 ‘0과 1의 디지털 정보를 동시에 처리해 슈퍼컴퓨터보다 몇 배 더 빠르게 연산할 수 있다’는 식의 설명이 붙습니다. 맞는 말이지만 한줄 요약으로는 위성초전도체니 오류 정정이니 이온트랩이니 하는 점점 복잡해지는 산업 발전 양상을 따라가기는 어렵습니다. 양자암호, 양자인터넷, 양자센서는 또 어떻고요. 유엔(UN)이 정한 ‘세계 양자과학기술의 해’에 국산 양자컴퓨터 상용화와 글로별 경쟁 격화를 앞두고 ‘퀀텀점프’ 연재를 시작한 이유입니다. 부담없는 양자역학 이야기로 양자산업에 대한 이해도를 퀀텀점프(양자도약)시키기 바랍니다.

◇소행성 움직임은 예측하면서…전자는 불가능한 이유

양자기술은 양자역학의 원리를 응용한 기술입니다. 양자역학은 양자(量子)와 역학(力學)을 합친 말이고요. 순서상 양자보다는 역학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역학은 물체의 움직임을 계산하는 학문입니다. 1초, 2초 등 매 순간마다 물체가 어디에 있고(위치)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는지(속도)를 수학식으로 계산하는 것입니다.

가령 100m 높이의 건물 옥상에서 떨어뜨린 1㎏짜리 공은 지구 중력에 이끌려 매초 초속 9.8m씩 가속되는 ‘속도=-9.8t’, 위치(높이)는 시간의 제곱에 비례해 급격히 떨어지는 ‘위치=100-4.9t²’의 규칙을 갖습니다. 시간 t에 1을 대입하면 1초 때의 속도는 초속 9.8m, 위치는 95.1m 높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4.52초쯤에는 높이가 0이 돼서 지면에 떨어진다는 것도요.

공을 직접 떨어뜨리지 않고도 예측 가능한 것은 18세기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이 ‘F=ma’, 즉 힘(F)은 질량(m)과 가속도(a)의 곱이라는 만물의 움직임에 통용되는 규칙을 찾은 덕분입니다. 힘이 시간에 따라 변하는 규칙을 알면 가속도를 알 수 있고, 다시 적분 계산을 통해 속도와 위치를 알 수 있습니다. 설명이 길었지만 같은 방식으로 만물의 움직임을 계산하고 예측까지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골프채에 맞고 날아가는 골프공뿐 아니라 하늘로 쏘아올린 로켓, 태양을 도는 지구, 지구를 위협하는 소행성까지도요.

그렇다면 이런 상상은 어떨까요. 인간의 자유의지는 뇌 속을 이리저리 오가는 전기신호의 작용이고 전기신호의 실체는 이온이나 전자 같은 입자입니다. 이런 입자도 크기가 작을 뿐 골프공 같은 물체이니 F=ma로 움직임을 계산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것이 가능하면 결국 인간의 자유의지를 예측할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 결론은 틀렸습니다. 지구나 골프공이나 똑같이 적용되는 F=ma라는 규칙이 원자나 전자 정도로 아주 작은 입자에게는 통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바로 ‘양자’의 특성 때문입니다. (<2>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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