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경기침체에 PB 니즈·수요 증가
과도한 규제·제재 시 시장 위축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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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알고리즘을 조작해 자체 브랜드(PB) 상품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으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로부터 받은 시정명령에 대해 대법원이 효력 정지 판단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번 대법원의 판단이 공정위 시정명령·과징금 처분에 대한 취소 행정소송은 물론 향후 PB 산업에 미칠 파장에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대법원은 지난 7일 공정위가 법원의 집행정지 일부 인용 결정에 불복해 제기한 재항고를 기각했다.
앞서 공정위는 쿠팡이 알고리즘을 조작해 PB 상품, 직매입 상품 등 자사 상품 6만여개에 대한 쿠팡 랭킹 순위를 부당하게 높였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1600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쿠팡은 이에 불복해 시정명령·과징금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가처분 성격의 집행정치 신청도 함께 냈다.
지난해 10월 2심인 서울고법 행정7부는 쿠팡의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해 공정위 시정명령의 효력을 본안 선고 후 30일까지 정지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번 대법원의 판단은 해당 2심 판단이 유지된 것이다.
쿠팡과 마찬가지로 자사 PB 상품을 운영 중인 이커머스, 대형마트, 편의점 등 유통 기업들도 이번 결과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요즘 PB 전성시대라고 할 만큼 너도나도 관련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유통기업들이 PB 상품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고물가·경기침체와 맞물리면서 관련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PB 상품은 중간 유통 마진을 없애고 불필요한 광고 마케팅 비용이 들지 않아 가성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다.
업계에서는 PB 상품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과도한 규제나 제재가 관련 시장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PB 시장이 위축될 경우 소비자는 물론 관련 상품을 유통회사에 납품하는 중소 업체들도 피해를 입을 수 있어서다.
특히 저렴하고 품질이 우수한 PB 상품을 더 이상 구매하지 못하게 되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 사태의 경우 PB 상품 보다는 알고리즘 조작이 핵심인데 아직 판결이 모두 나오지 않았지만 어떤 형태로든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형태의 추천은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만 PB 상품 자체가 문제가 있거나 고객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다”며 “최근 소비자 물가 상승과 경기 불안 등으로 유통업계 입장에서 PB 상품은 저렴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고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좋은 창구인 만큼 이번 판결로 PB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오해나 불신이 조금이나마 해소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PB 산업은 유통사, 소비자, 중소제조사 등 모두 서로 윈윈하는 건강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며 “미국, 유럽, 일본 등 해외 주요국에서 PB 시장이 활성화돼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PB 사업에 좀 더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