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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 키우며 AI 칩 만든다,
MS 캠퍼스에서 본 AI의 미래
혹시 하늘색 바탕에 색색깔 마이크로소프트(MS) 올드 로고가 박힌 이 제품을 기억하시는지.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MS 레드몬드 캠퍼스 방문자센터 중앙에 전시된 이 제품은 MS가 1990년대 출시한 ‘윈도 95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수많은 윈도 시리즈 중 이 버전이 나와있는 이유는? PC 대중화와 인터넷 보급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윈도에 시작 버튼을 넣었고, 아이콘 클릭 만으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브라우저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탑재했다.
지난 50년간 윈도 95같은 혁신적 제품을 숱하게 만들어온 MS는 여전히 새로운 ‘윈도 95’를 만들고 있다. 특히 최근 3년 사이 전 세계를 휩쓴 생성 AI 물결 속에서 MS는 존재감을 드러내며 흐름을 선도하고 있다. “전 세계 사람들 모두가 PC를 갖게 될 것”이라고 수십 년 전 MS가 전망했을 때, 반신반의 의견이 많았지만 결국 PC를 넘어 이젠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AI를 가지게 되는 시대까지 왔다.
지금까지 그랬듯, 이들의 전략은 곧 우리가 맞게 될 미래이기도 하다. 지금 MS의 전략을 들여다보는 게 중요한 이유다. AI시대 MS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나. 지난 18~20일(현지시간) MS가 글로벌 미디어 20여곳 대상으로 연 ‘50주년 이노베이션 캠퍼스 투어’에 국내 언론사 중 유일하게 참여했다. AI 시대 미래를 열고 있는 MS의 심장부에서 AI 칩 제조공정부터 AI비서 활용법까지, 직접 보고 들은 것을 전한다.

1. MS 캠퍼스에선 꿀도 딴다

지난 18일(현지시간) 오후 방문한 MS 레드몬드 캠퍼스. 점심 시간을 이용해 직원 10여 명이 풋살을 하고 있었다. 풋살장 뿐 아니라 크로켓 구장 등 다양한 스포츠 시설을 갖춘 캠퍼스 규모는 약 210만㎡.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 기업 본사 중 하나로 한강 둔치를 포함한 여의도 면적의 절반 정도 되는 크기다. 건물 수는 130 개 이상.
종이 쪼가리까지 모으는 이유: 이날 방문한 MS 아카이브 건물엔 MS 50년 역사를 되짚어 볼 수 있는 물건들이 보관 돼 있었다. 한 쪽 벽면엔 과거 MS가 제작한 제품들이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특이한 건, 사소한 물건까지 다 보관한다는 것. 예컨대 1978년 촬영한 MS의 첫 공식 단체사진을 어떻게 찍을지 의논한 문서까지 보관돼 있다. 직원들이 제작한 기념품 등도 보관한다. MS 관계자는 “단순한 사진 한 장에도 많은 이야기와 역사가 담겨있다”며 “지금 우리가 무엇을 보관해야 할지 신중하게 결정해야, 10년 후에도 기업 역사를 올바르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상에서 제일 조용한 방?: MS 하면 소프트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노트북, 키보드, 마우스 등 하드웨어도 만들고 있다. 이날 방문한 하드웨어 연구소 곳곳에선 MS가 하드웨어를 만들 때 얼마나 디테일에 집착하는지를 볼 수 있었다. 대표적인 게 ‘무반향실’. 소음을 완전히 줄인 방이다. 일반적 환경 소음은 약 60 데시벨(dB), 속삭임은 약 30 dB 정도다. 무반향실에선 이를 22.3 dB까지 낮췄다. 가장 조용한 곳으로 기네스 세계 기록을 세운 장소이기도. MS가 이런 공간을 만든 이유는, 제품에서 나오는 소리를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서다. MS 관계자는 “제품을 사용할 때, 어떤 소리가 어떻게 들리는지가 프리미엄 감성과 직결된다고 믿는다”며 올바른 소리를 측정하려면 먼저 모든 소리를 제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문을 닫고, 불을 끄고 30초 간 있으니 위장이 움직이는 소리가 굉장히 크게 들렸다. “10~12분 동안 있으면 혈액이 뇌로 흐르는 소리까지 들리고, 4시간 동안 머무르면 미칠수도 있다”는 게 MS의 설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