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국제강그룹이 2023년 6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뒤 2년이 지났다. 업계에서는 이 기간 동안의 그룹 지배구조 변화와 경영 승계 흐름에 관심을 쏟는 모양새다.
지주사 체제 이후 장세주 회장과 장세욱 부회장의 형제 경영은 공고해졌다. 여기에 '오너 4세' 장선익 동국제강 전무의 존재감도 한층 커지면서 경영 승계 기반이 굳건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지주사 전환 당시 '사업 경쟁력 강화'를 내세웠던 것에 비해 실질적인 성과는 미미한 상황이며, 오너가의 지배력은 더 강해지고 있어 승계 작업을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형제 경영 '굳건'···오너 4세 경영 시계 빨라진다
동국제강그룹은 2023년 6월1일 지주회사 체제를 구축했다. 지주회사가 사업회사를 지배하는 구조를 통해 핵심 사업 부문의 경쟁력을 높이고,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취지다. 회사는 인적 분할을 통해 ▲동국홀딩스(지주사) ▲동국제강(열연사업) ▲동국씨엠(냉연사업) 3개 사로 출범, 새로운 지배구조로의 신호탄을 알렸다.
장세주 회장은 2023년 5월, 약 8년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하며 장세욱 부회장과 함께 '형제 경영' 체제를 공식화했다. 장 회장은 그룹 경영 전반을 총괄하고 동생인 장 부회장은 지주사 동국홀딩스를 중심으로 경영을 이끌고 있다.
2년 동안 장세주·장세욱 형제경영은 더욱 굳건해졌다. 지주사 전환 후 동국홀딩스는 자회사의 지분율을 30~50% 수준까지 확대했다. 현재 장세주 회장은 동국홀딩스 지분 32.54%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이며 장세욱 부회장은 20.94%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두 형제가 지주사 지분에서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경영권을 더욱 확고히 다지는 모습이다.
현재 업계에서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장세주 회장의 장남이자 오너 4세인 장선익 동국제강 전무의 경영권 승계 여부다. 특히 지주사 전환을 기점으로 장 전무가 경영 수업에 속도를 올리고 동국홀딩스 보유 지분을 확대하면서 차기 경영권을 둘러싼 업계 관심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오너 4세 중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장 전무는 그룹 내 유력 후계자로 꼽힌다. 그는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히토쓰바시대학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은 뒤 2007년 동국제강 전략경영실에 입사했다. 이후 미국·일본법인 등을 거쳐 ▲2015년 법무팀 ▲2016년 전략팀 ▲2018년 경영전략팀장 ▲2020년 인천공장 생산담당(상무) 등으로 일했으며 2022년 현장 실무 경험을 쌓은 지 2년 만에 본사로 복귀했다.
그룹 내에서 장 전무의 역할은 점차 커지고 있다. 지주사 체제가 마무리된 후, 그는 전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했고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했다. 최근 아주스틸 인수합병(M&A)을 성공적으로 마친 데에도 장 전무의 활약이 기여한 것으로 알려진다. 올해부터 그는 동국제강·동국씨엠의 구매실장을 겸직하게 되면서 사업회사들의 안살림을 맡게 됐다.
장 전무의 동국홀딩스 지분율은 2023년 상반기(지주사 체제 전) 0.83%에서 현재 기준 2.50%까지 늘었다. 아직 지분율이 한 자릿수에 머물러 있어 실질적인 지배력 확보에 한계가 있지만 점차적으로 4세 경영 발판이 마련되고 있다는 평가다.
동국제강그룹은 지난해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동국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한 바 있는데, 일각에서는 CVC 외연 확장으로 승계 자금을 마련하는 데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대기업에서는 오너의 자녀가 CVC 보직에서 경영 기반을 다지며 승계 작업을 하는 경우가 있다. 장 전무가 향후 동국인베스트먼트 경영에 참여하게 되면 그룹 내 지배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경영권 승계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거란 분석이다.
사업 경쟁력 지지부진···'오너 승계용 수단' 지적 잇따라
다만 동국제강그룹이 2년 전 당시 사업 경쟁력 강화와 책임 경영을 이유로 지주사 전환을 추진했는데, 점차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구조로 변화하는 동시에 실적은 악화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분할을 진행한 것이 지배력 유지와 승계 작업을 위한 수단이었다는 지적도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실제 분할 후, 사업회사 동국제강은 별도 기준 지난 1분기 기준 영업이익이 43억원에 그치며 전년 동기 대비 92% 급감했다. 동국씨엠의 경우 151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그나마 선방하고 있다. 분할 2년 차에 아직 본업 경쟁력 회복이 과제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동국제강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성공적으로 전환하고 현재 사업을 안정화시키고 있는 단계"라며 "철강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향후 주력 사업들이 반등하면 더 큰 사업 시너지가 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