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10·29 이태원 참사 기억-소통 공간 ‘별들의 집’. 스리랑카에서 온 루드피(2)는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조화를 가지고 놀았다. 자신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마음이 어떤지는 알지 못하는 듯했다. 루드피를 잠시 바라보던 주변 어른들의 눈은 곧 루드피 등 뒤에 있는 벽으로 향했다. 벽에는 스리랑카 출신 모하마드 지나트의 사진이 걸려있었다. 루드피가 단 한번도 만나보지 못한 아빠, 모하마드는 2022년 10월29일 서울 이태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당시 루드피는 엄마 배 속에 있었다.
3년 전 이태원 참사로 머나먼 타국에서 가족을 떠나보낸 가족들이 한국 정부의 초청으로 한국을 찾았다. 이란, 러시아, 미국, 호주, 중국, 일본 등 14개국에서 한국을 찾은 유가족 46명은 지난 25일 참사 현장인 용산구 이태원 ‘기억과 안전의 길’을 찾아 헌화한 뒤 26일 ‘별들의 집’을 방문했다. 그간 이름과 사진을 공개하지 않았던 외국인 희생자 7명 사진이 참사 3주기를 앞두고 이날 별들의 집에 걸렸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의 안내로 별들의 집을 둘러보던 유가족들은 한편에 걸려 있는 희생자 사진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눈물을 흘렸다. 이란 출신 희생자 아파크 라스트마네시의 유가족은 딸의 사진을 양손으로 쓰다듬고, 고개를 가져가 입을 맞추며 이름을 불렀다. 슬픔 앞에서는 국경이 없었다. 외국에서 온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한국 유가족과 함께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새로 사진이 걸린 희생자 7명은 스리랑카, 러시아, 일본, 중국,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다양한 국가에서 한국을 찾았다가 변을 당했다. 카자흐스탄 출신 희생자 세르니야조브 마디나의 언니 셰르니야조브 다미라는 “와서 보니 너무 아름다운 별들이 떠 있다”며 “마디나가 아직도 여기서 살고 있고, 친구를 만나고 공부하는 것 같다”며 울먹였다.
한국 유가족들은 외국 유가족들에게 보라색 리시안셔스 꽃을 전했다. 리시안셔스의 꽃말은 ‘변치 않는 사랑’이다. 송혜진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3년이라는 시간 동안 각자의 나라에서 홀로 어떤 심정으로 버텨오셨을지 생각하니 유가족으로 마음이 먹먹하다”며 “함께 소통해서 더 나은 내일을 위해 같이 잘 지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란 출신 희생자 알리 파라칸드의 고모 마나즈 파라칸드는 “한국 유가족이 머리를 깎고, 혹한과 폭염에도 싸우는 모습을 다 봤다”며 “한국 유가족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답했다. 노르웨이 출신 스티네 에벤센의 유가족 A씨도 “한국 유가족이 정의를 향해 최선을 다해 싸워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외국인 유가족들은 앞서 지난 25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참사 3주기 시민추모대회에도 참석해 발언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출신 희생자 그레이스 라쉐드의 유가족은 “10·29 이태원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노력하는 만큼, 편견과 외압 없이 온전한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며 “우리는 정부·법·행정 책임자가 제 역할 다하지 못해 우리 아이들이 생명을 잃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실패가 완전히 드러나 시민들에게 명명백백히 드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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