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선거에서 가주민들은 주민발의안 36을 통과시켰고 LA카운티 주민들은 조지 개스콘 검사장을 끌어내렸다. 두 사안은 별개로 보이지만 본질에서 하나의 사안이다. 날뛰는 범죄를 잡으라는 메시지다. 구체적으로는 코로나19 종결 이후 가주, 특히 LA를 휩쓴 소매점과 주택 절도, 펜타닐 확산을 해결하라는 분노의 표시였다. 주민발의안 36은 반복적인 단순 절도와 펜타닐을 중범으로 처벌하라는 법안이다. LA카운티 검사장 선거에서도 네이선 호크먼 당선보다 중요한 것은 개스콘 검사장을 심판한 분노였다. 개스콘 검사장은 절도 범죄가 극한으로 치닫는 상황에서도 경범에 관대한 기조를 바꿀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5일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의지는 확고했다. 최근 10년 동안 가주와 LA카운티의 범죄 정책은 온정주의였다. 한마디로 ‘처벌이 능사는 아니다’였다. 유권자의 입장은 달랐다. ‘이제 처벌 위주로 바꾸라’였다. 이제 가주의 범죄 정책은 온정주의에서 처벌로 전환하는 중대한 기로에 섰다. 이런 기조 변화는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유권자의 요구가 먹힐 것이다. 어떤 선출직이 투표로 증명된 유권자의 분노를 거스를 수 있겠는가.
문제는 중장기적인 전환이다. 유권자는 바뀌었지만 행정조직도 그럴까? 10년 동안 온정주의에 적응한 조직이 갑자기 바뀌기 쉽지 않다.
선거 이전부터 주민발의안 36에 부정적이었던 대표적인 이들이 개빈 뉴섬 가주지사와 비영리단체인 마약정책연맹(DPA)이다. 이들의 반응은 주민발의안 36이 통과된 이후에도 변함이 없다. 뉴섬 지사는 “(발의안이) 근본적인 사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며 단지 처벌을 강화하는 데 그칠 수 있다”고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처벌 위주 방식이 시스템의 부담을 늘리고 대량 투옥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DPA는 주민발의안 36이 “1980년대 실패했던 마약 전쟁식 정책의 되풀이”라고 본다. 역사적으로 볼 때 마약 중독은 처벌을 앞세운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우려다.
그렇다고 지금의 소매점과 주택 절도는 방치할 수 없다. 그래서 더더욱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들의 우려를 무시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10년 전에도 가주는 처벌 위주와 대량 투옥, 사법 시스템의 피로도 누적 때문에 범죄 대처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10년 전 가주의 교도소 과밀은 시스템 붕괴 직전까지 몰렸다. 정원 8만5000명의 교정시설에 14만 명 넘게 수감돼 있었다. 결국 연방법원은 비정상적 처벌을 금지하는 헌법을 들어 수감 인원을 11만4000명까지 줄이라고 판결했다. 가주가 할 수 있는 방법은 기존의 수감자 일부를 석방하고 미래의 수감자를 줄이는 것이었다. 수감시설이 확충되고 수감 정원이 늘지 않는 한 중장기적으로 행정기관은 결국 수감자 증가를 어떻게든 피하려 할 것이다.
처벌 위주 전환이 가능하려면 현실적으로 예산이 늘어야 한다. DPA는 주민발의안 36 통과로 교도소 수감 인원이 앞으로 5년 동안 35%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가주 입법분석국의 분석에 따르면 중범 기소가 늘고 수감자와 수감 기간이 증가하면 가주는 연간 수십억 달러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하다.
절도의 비정상적 급증은 현실적으로 법안 통과만으로 해결하지 못한다. 범죄에 대한 단호한 대처도 중요하지만 예산의 효율적인 배정과 집행도 꼭 필요하다. 또 처벌 못지않게 지원과 재활도 필요하다. 무분별한 홈리스 예산 집행이 계속 불거지는 데서 보듯 예산은 절대 수치 이상으로 효율적인 사용이 중요하다. 법안은 통과됐고 이제 남은 것은 효율적인 예산 사용과 정책 개발이다. 여기서 실패하면 10년 전부터 시작됐던 수감자 풀어주기와 범죄 급증이 되풀이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범죄 해결은 지금부터다.
안유회 / 뉴스룸 에디터·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