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미래전략총괄(부사장)이 비핵심 자산을 정리하고 수익 중심 체질로 재편하는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 압구정 명품관 웨스트 리뉴얼을 마무리한 데 이어 외식 브랜드 구조조정에도 착수하며 백화점 본업 강화와 신사업 효율화를 동시에 추진 중이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한화갤러리아는 최근 갤러리아백화점 압구정 명품관 웨스트동 리뉴얼을 완료했다. 에르메스·고야드 매장은 각각 1.7배, 1.5배 확장됐고 고야드에는 VIP 고객 전용 'VIC 라운지'도 신설됐다. 에르메스 매장은 K팝과 전통예술 요소를 반영한 인테리어로 차별화했다.
이번 리뉴얼은 단순 매장 개편을 넘어 고가 브랜드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한 구조적 변화로 평가된다. 갤러리아는 압구정 명품관을 단순 백화점이 아닌 '럭셔리 특화 플랫폼'으로 재정의하며 신세계 강남점·더현대서울과의 고급 브랜드 경쟁 속 독자적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전략은 단기 실적 악화를 감수한 선택이기도 하다. 갤러리아는 올해 2분기 영업손실 49억원, 순손실 142억원을 기록했다. 리뉴얼 기간 매장 운영 중단과 신규 브랜드 도입 비용이 반영된 결과다.
하반기 실적은 김 부사장이 주도한 '리빌딩 전략'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고정비 중심 구조 속에서 매출 회복이 뚜렷하지 않으면, 전략 자체에 대한 시장의 회의론이 커질 수 있다.
외식 사업도 손질 중이다. 수제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를 운영 중인 자회사 에프지코리아는 매각이 추진 중이다.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백화점 중심 사업 구조와 시너지가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른 포트폴리오 정리다.
반면 자체 브랜드 기반 외식 전략은 강화하고 있다. 갤러리아는 지난 5월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벤슨'을 론칭하며, 체험형 매장과 커스터마이징 콘셉트를 결합한 'F&B 혁신 모델'을 선보였다. 유통 채널도 스타벅스, 온라인몰 등으로 확대 중이다.
이를 뒷받침할 인재로 윤진호 전 교촌에프앤비 대표도 영입했다. 그는 글로벌 컨설팅·외식 기획 경험을 갖춘 인물로, 향후 신사업 발굴과 F&B 전략 전반을 맡게 된다.
이 같은 체질 개선의 중심에는 김동선 부사장의 책임경영 기조가 있다. 그는 지난해부터 갤러리아 주식을 74차례에 걸쳐 470억 원어치 매입하며 지분율을 16.85%까지 끌어올렸다. 한화(36.3%)에 이어 2대 주주다. 단순한 투자라기보다는 유통 사업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김 부사장의 리빌딩 전략은 외형 성장보다 수익성 확보에 방점이 찍혀 있다"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브랜드 효율을 극대화하고 고정비 구조 안에서 실질 수익을 창출하는 체질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반기 실적이 이 전략의 유효성을 가를 분기점"이라며 "명품관 회복세와 F&B 수익이 현실화되면 김 부사장 리더십에 대한 시장 신뢰도 자연스럽게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