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조기 대선까지 43일 남겨둔 가운데, 여야 경선후보들의 공약 경쟁이 치열하다. 그 중에서도 파격적인 경제 관련 정책들이 하나둘 나오고 있는데, 아직 구체적인 공약 이행방안은 제시되지 않아 실현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선 출마를 시사한 여야 경선후보들이 경제 관련 발언 및 공약들을 내놓고 있다. 저출산 및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한 주택담보대출 규제 폐지, 초저금리 주담대, 부채탕감 외에도 금융당국 통폐합, 국책은행 지방이전 등이 대표적이다.

국민의힘에서는 홍준표 후보의 경제공약이 눈길을 끈다. 홍 후보는 부동산 공약 중 하나로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없애고, 이를 은행 자율로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천문학적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각종 대출 총량 규제를 도입했는데, 시장경제 논리에 따라 이를 없애고 금융사 자율에 맡기겠다는 취지다.
현재 금융당국은 스트레스 DSR 2단계 조치로 은행 주담대와 신용대출, 2금융권 주담대에 스트레스 금리 0.75%p(수도권 1.2%p)를 적용 중인데, 오는 7월부터 3단계로 강화할 예정이다. 3단계부터 가계대출 가산금리는 현행 0.75%p에서 1.50%p로 상향될 예정으로, 대출한도 축소가 불가피하다.
한동훈 후보도 청년들의 내 집 마련을 위해 LTV와 취득세 완전 폐지를 공약으로 내놨다. 한 후보는 지난 17일 자신의 SNS에 "LTV 비율에 묶여, 대출을 감당할 소득이 되어도 충분한 대출을 받지 못해 집을 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저는 청년인 경우 LTV 규제를 완전히 폐지해 초기 자산 형성의 기회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나경원 후보는 전날 열린 국민의힘 1차 경선 B조 토론회에서 저출산 문제 해결방안으로 '헝가리 저출산 정책'을 언급하면서, 초저금리 주담대 및 부채탕감 정책 등을 제시했다. 나 후보는 "신혼부부 둘이 와서 결혼하겠다 그러면 2억(원) 1%의 (초저리 대출로) 20년 꿔주십쇼"라며 "아이들 낳을 때마다 원금과 이자 탕강합시다"라고 밝혔다. 아이 한 명 출산 시 이자탕감, 두 명 출산 시 원금 3분의 1 탕감, 네 명 이상 시 원금 전액 탕감 등이 구체적 내용이다.
김문수 후보는 지난 19일 1차 경선 A조 토론회에서 연금개혁을 시사했다. 김 후보는 연금개혁위원회에 청년들을 인구 비례만큼 참여시키고, 국민연금 외 퇴직연금·개인연금 등을 개혁해 청년에게 희망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주' 이재명…가산금리 개정 이어 금융당국 개편안도 부상
더불어민주당에서는 90% 이상의 경선 지지율(2차 영남권 경선)로 독주하고 있는 이재명 후보가 가산금리 개편, 횡재세 도입, 증시 저평가 해소방안 등 다양한 경제 정책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1월 6대 은행장과 간담회를 가지면서 가산금리 산정체계를 개편하는 은행법 개정안에 적극 협조해달라는 내용을 요청했다. 이후 민주당은 여소야대 정국을 등에 업고 은행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 이에 은행권은 벌칙 조항 삭제를 건의하며 사실상 민주당 주도의 가산금리 산정체계 개편안을 수용한 상태다.
아울러 이 후보는 이날 오전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과 만나 국내 주식시장 평가 브리핑을 듣고 향후 시장 전망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이사충실의무 확대를 위한 상법 개정과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후보도 이들 과제를 추후 대선 공약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 분리안도 눈길을 끈다. 이 후보는 기획재정부 분리를 강조한 바 있는데, 최근 당내에서 금융당국 분리안도 제기됐다. 금융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기재부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분리하고, 국제금융·금융정책 기능을 금융위원회와 통합하는 내용을 고려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금융감독위원회(가칭)와 금융소비자보호원(가칭)으로 나누는 방안도 언급되고 있다.
특히 친명계 인사로 알려진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전 민주당 혁신위원장, 전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는 지난 2월 한양법학회 학회지에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위한 법적 제언'이라는 제하의 논문을 게재해 이 같은 주장에 힘이 더욱 실리고 있다.
이 후보가 옛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꾸준히 주장했던 법정 최고금리 인하도 대표 공약으로 채택될 수 있다. 이 후보는 도지사 시절이던 지난 2021년 법정 최고금리를 15% 이하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22년 대선에서는 '최고금리 10%대 인하'를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또 은행 재원 상생기금 조성 및 이자수익에 기여금을 물리는 횡재세 도입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 외 국책은행 지방이전은 이번에도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이 후보의 경쟁자인 김동연·김경수 후보는 한국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의 부산 이전을 공약했다.
김동연 후보는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을 포함한 정책금융기관이 가는 것이 훨씬 부산 경제, 대한민국 금융 발전을 위해서도 좋다"며 "이미 기술보증기금과 한국거래소, 한국자산관리공사가 (부산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들이 본사·공장·연구소를 지방으로 이전하면 대폭적 인센티브를 주는 것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며 "이와 궤를 같이하면서 다른 정책금융기관까지도 갈 수 있게끔 패키지를 추진하면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정책금융기관 이전으로 부산을 홍콩이나 싱가포르같은 금융허브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김경수 후보도 지난 15일 자신의 SNS에 "부산은 올해 금융도시로서는 세계 23위를 달성할 만큼 단단한 내공을 갖고 있다"며 "부산에 국내 산업 육성을 위해 산은과 수은을 포함한 정책금융기관과 자본시장 관련 기관들을 더한다면 (서울에 더해) 금융중심도시를 하나 더 갖게 되는 셈"이라고 밝혔다.
한편 양당은 경선을 거쳐 최종 대선후보 1인을 각자 내놓을 예정이다.
민주당은 지난 19일 1차 충청권, 20일 2차 영남권 경선을 치렀다. 이재명 후보가 1차에서 88.15%, 2차에서 90.81%의 득표율로 압도적 1위를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은 향후 3차 호남권(26일)과 4차 수도권(27일) 경선을 가질 예정이다. 결선 투표 시 다음달 1일 최종 1인을 선출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이날부터 22일까지 국민여론조사를 거쳐 22일 2차 경선 진출자 4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후 27~28일 선거인단 투표·국민여론조사를 거쳐 29일 3차 경선 진출자 2인을 발표(과반 득표자 선출 시 후보 확정)할 예정이다. 5월 1~2일 선거인단 투표·국민여론조사를 가지고, 3일 제5차 전당대회를 통해 최종 1인을 선출할 예정이다. 아직 뚜렷한 1위 후보는 나오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