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탈퇴로 돈줄 마른 WHO, 독일이 ‘구세주’로 나섰다

2025-05-19

독일, WHO에 1000만유로 추가 제공키로

미국 탈퇴 이후 재정난에 구조조정 불가피

미국의 탈퇴로 재정난에 직면한 세계보건기구(WHO)를 위해 독일이 ‘흑기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국내총생산(GDP) 규모로 따져 독일은 미국, 중국에 이은 세계 3위의 경제 대국이다.

18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따르면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를 방문 중인 니나 바르켄 독일 보건부 장관은 이날 WHO에 1000만유로(약 156억6000만원)를 추가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독일은 지난 4월에도 WHO에 200만유로(31억3000만원)를 기부했다. 바르켄 장관은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과의 회담에서 “WHO 조직의 개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도 WHO는 핵심 과제에 계속 집중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 공중보건 모니터링 △감염병 대유행(팬데믹) 대비 △질병 통제 △의료 서비스에 대한 공평한 접근 등을 핵심 과제로 꼽았다.

독일은 이미 2024, 2025년 WHO의 정규 예산으로 2억9000만유로(약 4542억5000만원)을 지원한 바 있다.

바르켄 장관이 언급한 ‘WHO 조직 개혁’이란 최근 재정난에 직면한 WHO가 집행 경영진 규모를 기존 11명에서 6명으로 절반가량 축소한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2020∼2022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대응을 진두지휘한 마이크 라이언 긴급대응팀장과 브루스 에일워드 사무차장보의 퇴진이 불가피해졌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예산 삭감으로 앞으로 추가 구조조정과 인력 감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WHO가 이 같은 재정 위기를 맞은 것은 미국의 탈퇴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20일 취임 직후 “미국만 WHO에 거액의 돈을 부당하게 내도록 요구받고 있다”며 미국의 WHO 탈퇴를 명령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조치는 2026년 초에 정식으로 발효될 예정이다.

미국은 WHO 194개 회원국 중 최대의 자금줄에 해당한다. WHO 정규 예산의 20%가 미국의 지원금으로 충당된다. 미국은 지난 2년간 WHO가 갑작스러운 팬데믹 발생 등에 대비해 모금한 긴급 자금의 34%를 기부한 바 있다.

19일 제네바에서 열리는 WHO 연차 총회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의 경험을 교훈 삼아 마련한 국제보건규약(IHR) 개정안 채택이 이뤄진다. 이는 글로벌 보건 위기를 초래할 감염병 대유행이 다시 발생하는 경우 국제사회가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각종 규범을 추가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선진국에서 개발한 백신을 몇몇 부유한 나라들이 독과점하려 해선 안 되고 개발도상국과 나눠야 한다는 조항도 들어가 있다.

문제는 미국이 참여하지 않은 IHR 개정이 과연 효과가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 당장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도 화이자, 모더나, 얀센 등 주요 백신들이 모두 미국에서 만들어졌다. 바르켄 장관은 “IHR 개정이 더 나은 협력을 통해 전 세계 사람들의 건강을 보호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미국이 WHO를 탈퇴한 뒤에도 이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대유행 같은 사태가 재발하는 경우 미국에 의한 백신 독점이 우려된다는 뜻이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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