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청, 7조8000억 KDDX '공동설계' 검토… 2년 지연사업 '재시동'

2025-12-04

'수의·경쟁·공동' 3안 압축… 18일 방추위서 최종 결정

HD현대-한화, 초도함 2척 동시 건조 가능성 부상

KDDX 지연, 해군 방공·지휘능력 공백 장기화 우려

[서울=뉴스핌] 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이 '공동설계'라는 이례적 방식을 통해 난항 끝에 새 국면을 맞고 있다. 방위사업청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동반 참여안을 공식 검토하기로 하면서, 2년간 지연된 총 7조8000억 원 규모의 핵심 해군 전력사업이 다시 기동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방위사업청은 12월 4일 열린 방위사업기획·관리분과위원회에서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기본계획안'을 심의·의결했다. 이 자리에서 사업 추진 방식을 ▲수의계약 ▲경쟁입찰 ▲공동설계 등 3가지로 압축했다.

방사청은 오는 18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를 열고 이 가운데 하나를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공동설계'는 현재 KDDX 수주 경쟁을 벌이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상생협력 방안으로 정부가 새로 제시한 선택지다.

공동설계안이 채택되면 두 조선사는 상세설계를 함께 진행한 뒤, 곧바로 초도함 2척을 동시에 발주해 각 1척씩 건조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이는 기존의 '주관사 단독 수행' 방식에서 벗어나, 함정 설계·건조를 병행함으로써 일정 단축과 기술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KDDX는 함체부터 탐지·전투체계까지 전 과정을 국내 기술로 설계·건조하는 첫 국산 이지스급 구축함으로, 총 6척이 순차적으로 확보될 계획이다. 총투자비는 약 7조8000억 원이며, 2030년대 중반 실전배치를 목표로 한다.

본래 계획에 따르면, 기본설계는 2023년 12월 완료 후 지난해부터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에 착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간 법적 분쟁과 과열 경쟁이 이어지면서 사업 결정을 방사청이 미루었고, 일정이 약 2년 가까이 지연됐다.

HD현대중공업은 기존 관례에 따라 기본설계 수행자 자격으로 수의계약을 요구했으나, 한화오션은 "군사기밀 유출 사건을 일으킨 업체에 주계약을 맡길 수 없다"며 경쟁입찰 또는 공동설계를 주장해왔다. 방사청은 이번 분과위 논의에서 사실상 양사 병행 추진 가능성을 공식 의제로 올린 셈이다.

한편, KDDX 사업 지연은 해군의 중장기 방공·지휘능력 공백으로 직결된다. 기존 세종대왕급 이지스함 3척이 2030년대 초반부터 단계적 성능개량에 들어가면, KDDX는 차세대 탄도탄 탐지·요격 및 대잠작전의 주축 역할을 맡아야 한다. 하지만 상세설계 착수마저 늦어지면 초도함 진수 일정(2028~2029년 예정)이 2~3년 밀릴 가능성이 크다. 그 사이 일본 마야급·중국 055형 등 주변국 차세대 구축함 전력이 이미 완편을 앞두고 있어 '서태평양 해상 방공망'의 균형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gomsi@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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