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도, 직원도 사라졌다” 치과 개원가 불황 직격탄

2024-09-25

최근 일선 치과 개원가의 환자 감소세가 예사롭지 않다. 단기적으로는 긴 명절 연휴와 역대급 폭염이 영향을 미쳤지만, 내수 부진에 따른 경기 침체와 치과 개원 시장의 양극화 등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 기저에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이달 중순 추석 연휴를 맞은 치과 개원가의 표정은 편치 않았다. 연휴 기간 전후로 치과 대기실에서 환자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서울 지역 한 치과 관계자는 “예약이 없을 뿐 아니라 신환도, 구환도 아예 오지 않는다”며 “민망하고 힘든 하루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수도권의 또 다른 치과에서도 “9월 매출은 굳이 따져보지 않아도 역대 최악”이라며 “환자가 워낙 없다보니 폐업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우려했다.

짧은 장마 후 두 달 넘게 이어진 역대급 폭염도 치과 환자 감소 흐름에 기름을 부었다. 섭씨 36도를 넘나드는 고온과 높아진 불쾌지수가 치과 방문에 영향을 줬다는 가설인데, 지난 2018년과 2021년 등 3년 간격의 기록적 폭염 당시에도 유사한 형태의 환자 감소를 호소하는 목소리들이 적지 않았다.

지속적인 폭염은 환자들의 내원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부 고령층 환자들은 폭염 상황에서 수술을 하면 잘 아물지 않고 염증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수술을 미루는 사례도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 개원가의 전언이다.

# “매출 1/3 증발, 하반기도 암울”

문제는 상황이 호전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개원가에서는 추석과 폭염이 방점을 찍었을 뿐 올해 들어 매출 하락 추세가 유의미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은다.

경기도에서 개원 중인 50대 치과의사 A 원장은 최근 들어 부쩍 줄어든 환자 수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그는 “올해 접어들면서 매출이 1/3가량 감소한 상태”라며 “어쩔 수 없이 세 명이던 스탭 중 한 명을 내보내고, 나머지 한 명도 파트타임으로 돌렸다”고 경영난을 호소했다.

특히 올해 이전 및 신규 개원한 치과의사들의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다. 개원 초기 ‘세팅 스테이지(Setting Stage)’에서 이미 폐업을 고민해야 정도로 환자가 사라졌지만, 매몰비용이 큰 치과의 특성상 재개원에 대해서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개원한 지 2달이 됐다는 B 치과 관계자는 “하루종일 한 명도 환자가 없을 때도 있다”며 “원래 직원이 한 명 더 있었지만 퇴사하고 혼자 근무 중인데 환자가 워낙 없다 보니 구인할 상황도 안 된다”고 말했다.

치과 양극화 역시 뚜렷한 양상으로 회자된다. 잘 되는 치과와 그렇지 못한 치과의 간극이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경향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치과 경영 전문가들은 상식 이하의 저수가를 토대로 공격적 개원을 표방하는 일부 대형 치과들의 양적 성장을 지켜보는 동네 치과들의 열패감이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수도권 소도시에서 개원 중인 C 원장은 “개원한 지 1년 만에 악명 높은 초저수가 치과가 가까운 곳에 개원했는데 바로 영향을 미쳤다”며 “주변을 보면 페이닥터를 채용하는 것조차 기피할 정도로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토로했다.

# 가처분 소득 감소, 치과 하락세 견인

거시 전망 역시 어둡다. 치과에서 눈여겨볼 지표는 주로 소비 심리와 연관된 것인데 부정적인 예측이 대다수다. 경기 침체 원인 중 특히 내수 지표의 극심한 부진이 치과 경영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사업을 접고 폐업 신고를 한 전체 사업자는 98만여 명으로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개인사업자 종합소득세 신고 기준으로 이들의 75.1%가 월 소득 100만 원 미만이었다.

높은 인건비와 임대료, 고금리 등 최근의 ‘3고 현상’ 역시 치과 경영의 기본 채산성과는 상극이다.

치과 경영 전문가인 정기춘 원장(일산뉴욕탑치과의원)은 “산업 전반이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치과의 경우 직격탄을 맞는 것”이라며 “최근 들어 20∼30%의 매출 하락을 겪은 치과들이 대부분”이라고 짚었다.

특히 정 원장은 “치과의 경우 산업 구조의 사이클과 동조하는 현상이 크다”며 “가계 부담이 커지고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면 교육비나 엥겔지수에 해당하는 항목에 지출을 먼저 하게 되고 치과 중 선택성 진료의 경우 대체로 후순위로 밀려나는 경우가 많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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