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벨과학상이 꿈같은 얘기가 아니다. 우리도 글로벌 무대에서 최고 수준 연구자와 경쟁하고 협력할 기반을 마련했다.”
지난 18일 인천 연수구 연세대 국제캠퍼스 양자컴퓨팅센터에서 만난 정재호 연세대 양자사업단장(교수)의 설명이다. 2가지 값(0 또는 1)을 동시에 처리하는 양자컴퓨터는 기존 수퍼컴퓨터보다 연산 속도가 약 30조 배 빨라 ‘꿈의 컴퓨터’라고 불린다. 연세대는 지난해 11월 도쿄대에 이어 전 세계 대학 중 두 번째로 양자컴퓨터를 도입했다. 정 단장은 “최근 노벨상 수상자는 모두 글로벌 메가 연구에 참여한 과학자”라며 “초고성능 양자컴퓨터를 통해 일본 이화학연구소, 미국 IBM연구소 등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연구기관과 협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 처음 시행된 중앙일보 공학 분야 평가에서 호평을 받은 대학들은 연구의 질이 뛰어나고 국제 공동 연구가 활발한 대학이었다. 전자·컴퓨터 분야 최우수에 오른 연세대는 피인용 상위 2% 이내 우수 논문을 187건 게재했다. 교수 1인당 성과가 평가 대학 중 2위다. 홍종일 연세대 연구처장은 “인공지능(AI), 반도체 등에서 영향력 있는 연구 성과를 낼 수 있게 집중 투자하려 한다”고 말했다.

연세대와 함께 전자·컴퓨터 분야 최우수로 평가받은 KAIST는 최근 3년 동안 620건의 국제 특허를 등록했다. 김문철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는 AI 기반 영상 분석 기술로 114건의 국제 특허와 132건의 국내 특허를 등록했다. 기술료 수입이 최근 10년 동안 약 210억원에 달한다. 김 교수는 “공학에선 논문뿐만 아니라 지식재산권을 확보하고 기술 이전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게 중요하다”라며 “모든 과정의 출발점은 기반 기술에 대한 특허”라고 강조했다.

경희대는 특허에서 인용하는 우수한 국제 논문을 다수 발표했다. 학술정보 분석기관 클래리베이트에 따르면, 2020~2023년간 경희대 전자·컴퓨터 분야 논문의 기술 특허 피인용 횟수는 133건에 이른다(논문당 특허 피인용 3위). 홍충선 컴퓨터공학부 교수가 2020년 발표한 차세대 무선통신 관련 논문의 경우 퀄컴·삼성전자·화웨이 등 글로벌 기업이 발명한 특허 기술에서 인용됐다. 클래리베이트 관계자는 “논문의 특허 피인용은 일반적인 논문 피인용과 달리 굉장히 드물다”라며 “학계를 넘어 산업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연구라는 걸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재료·화공 분야에선 창업, 기술 이전 성과가 눈에 띄었다. 최우수로 평가받은 POSTECH은 대학원생 3명 중 1명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창업지원 사업에 선정되는 등 연구자 창업이 활발하다. 지원금 2000만원으로 시작한 수소기술 스타트업 패러데이에너지는 성장성을 인정받으며 NH벤처투자, 현대차제로원벤처스 등 엔젤투자자와 투자·협력을 논의하고 있다.

우수로 평가받은 아주대는 서형탁 첨단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에서 기계가 사람처럼 시각 정보를 인식하고 판별하는 지능형 신소재(뉴로모픽 광센서)를 개발했다. 기존 센서보다 이미지를 더 정확하게 판별(정확도 93%)하면서도, 처리 속도는 200배 높이고 전력 소모는 1000배 수준 개선했다. 연구 결과는 지난 9월 SCI급 학술지에 게재됐다. 서 교수는 “움직임을 감지하고 기억하는 기능을 하나의 칩에 담은 건 처음”이라며 “기존 시스템이 신호를 제때 처리하지 못해 생기던 한계를 크게 줄여 산업 현장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계·모빌리티 분야에선 성균관대·연세대(서울)·한양대(서울)·KAIST·POSTECH, 건설·시스템 분야에선 고려대(서울)·성균관대·연세대(서울)·한양대(서울)·POSTECH이 각각 최우수에 이름을 올렸다. 공학 계열 4개 분야 모두에서 최우수를 기록한 대학은 성균관대·연세대·한양대·POSTECH이다. 고려대(서울)·KAIST는 2개 분야에서 최우수, 2개 분야에서 우수를 기록했고, 경희대는 1개 최우수, 3개 우수로 평가됐다. UINIST는 4개 분야 모두에서 우수를 기록했다.
☞ 어떻게 평가했나
중앙일보 창간 60주년, 대학평가 33주년을 맞아 올해 처음 도입된 학문 분야 평가는 연구·교육이 학문·전공 단위로 전문화되고, 대학의 특성화 추세 속에 기존 종합평가만으로는 실제 경쟁력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학계 안팎의 의견을 반영해 시행됐다. 산업구조의 변화, 학문별 성과 기준의 다양화도 ‘어떤 대학이 어떤 분야에 강한지’를 보여주는 평가의 필요성을 키웠다.
인문(언어·문학·철학·사학 등), 사회과학, 경영경제, 전자·컴퓨터, 재료·화공(에너지), 기계·모빌리티, 건설·시스템, 수학·물리, 생명·화학 등 9개 분야를 대상으로 했다. 학문 분야는 교육부·한국교육개발원(KEDI)의 학문 분류 체계를 기반으로 삼고, 대학의 학과 편제와 운영 단위를 검토해 정했다. 한국연구재단·한국과학기술한림원·한국공학교육인증원 등이 추천한 학·연·산 전문가 자문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분야·지표·가중치를 확정했다.
대학 단위의 평가와 달리 재정 여건, 평판보다 해당 학문 단위의 실제 연구·교육 성과에 초점 맞췄다. 연구비·논문 피인용·취업률 등을 공통 지표로 활용하되, 분야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지표를 채택했다.
전자·컴퓨터는 논문의 특허 인용을 통해 산업 영향력을, 재료·화공은 대학원생 기술 창업을, 기계·모빌리티는 특허·표준 실적을, 인문·사회과학은 국내학술지 논문의 영향력, 전임교육 확보율 등을 포함했다. 대학정보공시센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표준협회 등 공공 데이터를 비롯해 네이버 스칼리틱스, 클래리베이트 등 국내외 학술 DB를 활용했다.
학문 분야별로 서로 다른 점수 체계와 가중치를 적용해 평가했다. 결과는 순위 대신 각 분야 상위 10%를 ‘최우수’, 30%까지를 ‘우수’ 등급으로 발표한다. 67개 평가 대상 대학엔 평가 결과를 제공한다.
대학의 교육·연구·여건·평판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2025 중앙일보 대학 종합평가 결과는 26일 공개될 예정이다.
대학평가팀=이후연·허정원·오삼권 기자, 이주현·원소정·한민규 연구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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