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세계

2024-12-11

조찬기도회에 선 목사와 시국기도회에 선 목사는 하늘과 땅만큼 생각이 달라. 겨울 추위를 나는 거실 온도부터 다를 것이다. 산촌의 영하 날씨는 항상 두려워. 시국집회와 기도회가 줄을 잇고 있어 바깥출입이 잦다. 미열과 콧물감기를 달고 살아, 훌쩍~. 밤늦게 돌아오면 집이 냉골이다. 눈이 푸슬푸슬 내리다 말다 그래. 루돌프 사슴 같은 우리 개가 눈발자국 찍어놓은 마당은 새가 물찌똥을 싸고 갔나 녹으면서 흐물거리기도 해. 꽁꽁 얼지 않아 다행이야. 거리에 나선 민주시민들, 추위에 떨지 않길 바라자니 날씨 뉴스를 맨 먼저 보게 된다.

권좌를 내려놓아야 할 사람이 내려놓지 않자 실랑이질을 하게 되는데, 불더미처럼 모인 군중들 사이, 어린 친구들 부르는 노래가 골골샅샅 울려 퍼지는 중이렷다.

“눈을 감고 느껴봐. 움직이는 마음 너를 향한 내 눈빛을. 특별한 기적을 기다리지 마. 눈앞에선 우리의 거친 길은 알 수 없는 미래와 벽. 바꾸지 않아 포기할 수 없어. 변치 않을 사랑으로 지켜줘.” 뒤숭숭한 세상에 다시 불러보는 걸그룹 ‘소녀시대’의 노래 ‘다시 만난 세계’다. 과거 광장에서 ‘아침이슬’과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면 요새 젊은이들은 ‘다시 만난 세계’를 열창한다. 무엇이 머드러기(여럿 중에 좋은 것)다 할 수 없이 새콤달콤한 결의와 희망을 담은 시대의 노래들.

이 고을에선 아주 고집이 센 사람을 ‘뻑뻑수’라 부른다. 우기고 우쭐대는 이를 가리키는 말. 불통의 뻑뻑수들이 가로막고 훼방하지만 희미한 빛을 향해 걸어가는 시민들. 뻑뻑수라도 오래 못 가지. 노랫말처럼 ‘변치 않을 사랑’으로 손잡은 시민들이 있다. 성탄 장식하고 캐럴이나 부르자며 아기 예수가 나신 게 아니다. 반짝반짝 광장의 응원봉이 올해 성탄 장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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