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끝날을 알면 인류는 ○○한다

2025-08-28

종말까지 다섯 걸음

장강명 지음

문학동네 | 212쪽 | 1만6000원

종말이 확정된 세계, 마지막 날을 기다리는 인류의 모습은 어떨까. 작가 장강명이 생각만으로도 아득해지는 세상의 끝과 그 이후를 상상하며 재기발랄한 스무 편의 이야기를 써냈다.

이야기는 소행성 충돌로 지구 멸망을 앞둔 인간 군상들의 대화로 시작된다. ‘부정’ ‘절망’ ‘타협’ ‘수용’ ‘사랑’ 5가지 챕터에 갈무리된 스무 편의 이야기들은 기발하고도 기괴하다. 특히 “믿기지가 않아”라는 문장으로 동일하게 시작되는 5편의 ‘종말’ 이야기에는 선택받은 자들과 버려진 자들, 끝내 살아남은 자들의 죽음과 이별, 슬픔과 유머가 교차한다.

작가는 신과 마녀, 괴수, 초인적 존재, 외계인, 좀비 등 비일상적 존재들을 불러내 우리와 다른 듯 닮은 삶의 조각들을 보여준다. ‘잘 가요, 시리우스 친구들’에는 지구를 떠나 고향 행성으로 돌아가려는 시리우스인에게 서운함을 토로하는 인간이 등장하고, ‘알골’의 등장인물들은 초인적 힘을 지닌 미스터리한 존재 ‘알골’을 두려워하면서도 탐색과 호기심을 멈추지 않는다.

설화와 옛이야기를 비틀어 반전의 재미를 준 작품들도 눈에 띈다. 인간으로 돌아가길 거부하는 ‘백조왕자’가 화자로 등장하는 ‘엘리제를 위하지 않으며’, 전래동화 ‘은혜 갚은 까치’ 가족의 솔직한 속마음을 들여다본 ‘은혜를 갚지 마세요 어머니’는 재기발랄하면서도 인간 중심적 세계관에 가벼운 충격을 던진다. 책에 실린 단편들은 짧지만 여운은 강렬하다. 작가는 인류의 종말과 미래세계라는 디스토피아적 화두를 다루면서도 감정적이거나 철학적 수사에 기대지 않는다. 종말이라는 완전한 ‘끝’ 앞에서 시시각각 무너지는 인간의 모습을 다각도로 묘사하고, 인간이 우주로 떠나온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을 불공정과 폭력을 예언처럼 내다본다. 마치 순식간에 차원을 이동하는 우주선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야기에 웃음을 터뜨리다가도 서늘한 뒷맛이 느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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