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용 "국민 건강권 걱정...부작용 우려"
돌발상황 대처력 의문, 언젠가 사고로
환자 불만 따른 병원 행정 부담 늘어나
PA선호 의사들에겐 "교수도 시켜라"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다음달 21일부터 시행되는 PA(Physician Assistant, 진료 보조)간호사의 골수 조직 채취와 진단서 초안 작성 등 간호법 개정안을 두고 의료계가 우려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환자 안전 문제와 전공의 수련 생태계 파괴, 의료 수가 재설정 등의 갈등이 생길 것이란 지적이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해당 개정안에 따라 전문 간호사와 3년 이상의 임상 경력을 보유하고 교육을 이수한 간호사는 의사가 수행하던 45개 의료 행위를 할 수 있게 된다. 세부업무 목록은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에 따라 54개 행위에서 45개로 통합·조정됐다.

이 중 골수에 바늘을 찔러 조직을 채취하는 골수천자와 피부 봉합, 분만 과정 중 내진, 흉관 삽입 및 흉수 천자 보조, 수술 부위 드레싱, 중증 환자 검사를 위한 이송 모니터링 등 원래는 전공의가 맡아오던 업무도 포함됐다.
이정용 대한내과의사회장은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법안이 이미 제정됐기 때문에 되돌릴 수는 없겠지만 국민 건강권이 걱정된다"며 "많은 부분에서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에 늘어난 업무 범위에서 골수천자와 피부 봉합은 침습적 행위에 해당하는만큼 의사 외의 타 직역에게 맡기는 것은 위험부담이 늘어난다는 지적이다.
이 회장은 "골수천자를 단순히 술기 중 하나로 인식하면, 손에 익으면 잘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사람 몸은 기형이 있을 수도 있고 혈소판 수치가 차이 나거나, 지혈 응고가 안 되는 사람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의사들은 여러가지 돌발 상황을 염두에 두고 시술을 하지만, 지시를 받는 간호사들이 그런 의학적으로 예외적인 상황을 생각하고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병원의 행정 부담 측면과 의료 수가의 차등 적용 문제가 떠오를 것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이 회장은 "환자 입장에서 해당 시술을 하는 주체가 의사인지 간호사인지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 이를 고지해 동의를 받아내는 것도 부담"이라며 "의사와 간호사의 책임감이 다른데, 똑 같은 수가 몇 천원을 책정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봤다.
피부 봉합 문제에 대해선 외과계에서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의료적인 위험성뿐만 아니라 의료 윤리, 전공의 교육 문제 측면에서 용인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김승진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의사회장은 "피부를 봉합하기 위해서는 신경학적 및 해부학적 구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데, 간호사들은 대학에서 의사들처럼 해부학 실습을 하지 않는다"라며 "간호학과 학생들이 보조적으로 실습에 들어온 적도 없는데, 책에서 배운 실력만으로 병원에서 일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밝혔다.
PA간호사를 선호하는 대학병원 교수들에 대한 성토도 나왔다. 의사 직역이 PA에 대한 문제 의식이 없어서 합법적인 권한 확대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김 회장은 "저희 병원에도 A상급종합병원 전공의들이 와서 일을 한적이 있는데, 수술실에서 PA들이 (집도의를 보조하는) 퍼스트 어시스트(First Assist), 세컨드 어시스트(Second Assist)를 맡고 있어서 자신들은 옵저베이션(견학)도 제대로 못한다는데 말이 안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대학병원 의사들은 심장 초음파도 해부학 실습도 안한 임상병리사에게 맡긴다. 진단이 가장 중요한데, 이를 비전문가에게 맡긴 것"이라며 "이런 의료현장에서 전공의들이 뭘 배우겠나? PA와 임상병리사를 앞으로 의대 교수시키면 된다"고 지적했다.
calebcao@newspim.com